5차례 엔진 실속 발생 후 지상과 충돌… 1초 전 조종사 비상탈출사고 전투기, 창정비 진행한지 1385시간밖에 되지 않은 신품 상태"러버실 탈락 사례 모든 운용 국가에서 처음… F-15K 등도 조사"
  • ▲ KF-16 전투기. ⓒ정상윤 기자
    ▲ KF-16 전투기. ⓒ정상윤 기자
    지난 9월 국군의날 축하비행을 앞두고 추락사고가 발생한 공군 KF-16C 전투기는 엔진 내부로 '고무패킹(마개)'이 들어간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품 결함으로 추정하고 있는 공군은 엔진 제작사 등에 원인 규명을 요청했으며, KF-16과 F-15K 등 항공기 150여 대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11일 공군이 발표한 'KF-16C 사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전투기는 지난 9월21일 오전 8시19분쯤 충남 서산기지를 이륙한지 36초 뒤인 8시20분13초쯤 고도 약 314m에서 강한 진동과 충격을 동반한 '엔진 실속'이 발생했다.

    '엔진 실속'이란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 흐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엔진 추력이 일시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당시 전투기 조종사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상황을 의심해 기지로 회항을 시도했다. 그러나 엔진 실속이 3회(8시20분29초, 8시20분36초, 8시20분40초) 추가 발생했고, 조종사는 비상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를 내렸다.

    다시 5번째 엔진 실속(8시21분3초)이 나타나자, 조종사는 80ft 고도에서 비상탈출(8시21분7초)했다. 조종사가 탈출하고 1초 뒤, 전투기는 지상과 충돌했다. 이륙 후 1분31초동안 숨가쁘게 일어난 일이다.

    공군은 사고 직후 대책본부를 구성해 잔해 분석, 비행기록장치 확인, 비행 상황 분석, 엔진 계통 손상 분석, 조종사 진술 청취 등을 거쳤다.

    그 결과, 전투기 엔진 팬 모듈 '에어실(air seal)' 안쪽 면에 부착돼 있던 '러버실(rubber seal)'이 엔진 내부로 유입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에어실은 엔진 팬 모듈을 둘러싸고 있는 링 형태의 금속 부품이며, 러버실은 에어실 안쪽 면에 부착하는 일종의 고무패킹이다.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충격에 의한 블레이드 손상"이라며 "조류충돌은 엔진 안쪽에 혈액이라던지 뼈의 잔해가 나와야 하는데, 성분 검사 결과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정비 불량 및 기종 노후화 의혹에 대해서도 공군은 선을 그었다. 사고 전투기는 1999년8월 도입돼 24년 넘게 운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창정비를 진행한지 1385시간밖에 되지 않은, 신품 상태라는 것이 공군의 설명이다. 창정비는 정비 개념 중 최상위 단계로, 완전 복구 및 재생 정비를 의미한다. KF-16C의 창정비 주기는 6000시간이다.

    공군 관계자는 "러버실 교체 작업은 엔진 제작사의 위임을 받아 민간 정비창의 협력 업체가 수행하고 있다"면서 "사고 KF-16C와 같은 엔진(F100-PW-229)에서의 러버실 탈락 사례는 모든 운용 국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러버실이 왜 탈락했는지에 대해서는 엔진 제작사와 민간 정비창에 원인 규명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군은 사고 원인이 규명됨에 따라 사고 전투기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KF-16과 F-15K 전투기 150여 대의 러버실 부착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이 없는 전투기에 한해 오는 18일부터 비행을 재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