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직무 정지되면 '의결 정족수 미달'재적인원 1명이면 과반 찬성으로 의결 가능
  •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정상윤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정상윤 기자
    국내 방송 정책 및 방송통신 규제를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1일 오전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함에 따라,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위에 1명만 남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이 위원장이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은 사실상 '방통위 구하기'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방통위 재적인원이 2명인 상황에 탄핵으로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재적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방통위 설치법상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나, 이 위원장이 해임되면 남은 1명만으로도 '단독 의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위원장이 물러나면 일단 남은 이상인 부위원장으로 방통위 현안을 처리하고, 그동안 후임 위원장 인선을 조속히 마무리짓는 방안을 대통령실이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위원장도 이날 오전 방통위 직원들에게 "(자신이) 탄핵되면 방통위가 업무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고 밝힌 바 있어, 이 위원장의 자진사퇴가 '방통위 무력화'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동관 탄핵되면 '식물 방통위' 전락… 의결 불가능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 2인(위원장 포함),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방통위는 주요 결정사항에 의결이 필요한 합의제 기구로, 의결 정족수(2명)를 유지해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지난 8월 김효재 위원(여권 추천)과 김현 위원(야권 추천)이 퇴임하면서 그동안 여권 추천을 받아 임명된 이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이날 오후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경우 방통위는 이 부위원장 1명만 남게 돼 '의결 정족수 미달'로 업무마비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방통위가 '식물부처'로 전락하게 되면, 방송국 재허가 심사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지 못해 업계 전반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MBN의 재승인 여부와 조건을 심의·의결해야 하고, 오는 12월에는 △KBS 2TV △KBS UHD 1·2 △MBC UHD △SBS UHD 등에 대한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는데, 이 위원장이 탄핵될 경우 이 모든 심의 일정이 미뤄져 방송 종사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밖에 △최근 이슈가 된 YTN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의와 △구글 등 포털에 대한 현장 조사 △스팸 등 통신사업자들의 부당행위 문제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가짜뉴스 대응 등도 지연될 수밖에 없어, 방송통신업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통위 '개의 정족수' 없어… 1인 의결도 가능

    그러나 이 위원장이 옷을 벗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회의를 소집할 경우 재적인원이 1명밖에 없으므로 직무대행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회의)'는 방통위 개의 요구 정족수를 '위원장 단독' 또는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을 때로 규정 하고 있다.

    별도의 '개의 정족수'가 없기 때문에 위원장 혹은 직무대행 단독으로 회의를 열어 안건 처리가 가능하고, 2명만 출석해도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안건 의결은 방통위 설치법상 '재적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 위원장이 재적인원에 포함된 상태로 직무만 정지되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 처리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재적인원에서 빠지면 현행법상 안건 의결은 가능하다는 게 방송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애당초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단독 의결이 이뤄질 경우, 이 같은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고 이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방통위 운영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