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 정상들, OIC 특별정상회의에서 한목소리로 이스라엘 규탄수니파 사우디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저질러진 범죄 책임은 이스라엘에"시아파 맹주 이란 "이스라엘군은 테러 집단, "저항 외에 다른 방법 없다"
  • ▲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뉴시스
    ▲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뉴시스
    중동지역에서 1400여 년간 대립해온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이스라엘을 강력규탄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국 지도자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일제히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10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상징인 흑백 사각형 체크무늬 카피예(아랍 남성들이 쓰는 두건)를 어깨에 걸치고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하마스의 손에 입을 맞췄다"며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을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할 때까지 이스라엘에 저항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저질러진 범죄의 책임은 점령 당국에 있다"며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렸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종식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며 즉각적인 휴전과 인도적 지원 허용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 적대적이었던 빈 살만 왕세자의 '놀라운 일탈'이라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대신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이란에서 전투가 벌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2018년 미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향해 "확장을 원했던 과거의 히틀러처럼 중동에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려 한다"고 팽창주의를 추구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하기까지 했다.

    미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연구원은 빈 살만 왕세자의 이러한 변화를 '사우디아라비아식 실용주의'라고 해석하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갈등 확산을 막고, 아마도 하마스와의 최종 단계를 헤쳐가는 데에도 이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완 연구원은 이어 "그러나 일부 지도자들은 정상화에 갇혀 있고 다른 지도자들은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도적 견해를 유지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뿐 아니라 '시리아 학살자'라는 오명을 쓰고 아랍연맹에서 퇴출됐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