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시작부터 삐걱… 홍준표·이준석 용어 문제 삼으며 반발홍준표 "당에 대통령이 있나… 징계 취소하면 되는 걸 대사면 운운"이르면 11월2일 최고위에 보고… 김기현 결정 따라 범위 정해질 듯
  • ▲ 홍준표 대구시장.ⓒ강승탁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강승탁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내세운 '대사면'을 두고 당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징계 해제 당사자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필요 없다"는 식의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자중을 촉구하면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당이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홍준표 시장은)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감안해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다"며 "글을 뱉어내듯 막 쏟아내는 것은 자중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부탁"이라고 말했다.

    인요한 혁신위는 1호 혁신안으로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제시했다. 홍 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이 전 대표는 '양두구육' 등의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1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 찬양으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들의 징계를 해제하자는 내용이다.

    1호 혁신안은 이르면 오는 11월2일 최고위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민의힘 지도부도 환영의 뜻을 표하며 혁신안 수용에 무게가 실리지만, 당사자인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는 징계 해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홍 시장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분수 모르고 날뛰면 '황교안 시즌2'가 된다" "대통령이나 하는 사면 운운하며 주접 떠는 바람에 성질이 폭발했다" 등의 글을 게재하며 김기현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에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홍 시장의 경우 주말 내내 글을 많이 올렸는데, 일부 댓글을 보니 '홍카콜라인 줄 알았는데 쉰카콜라'라는 글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당원권 정지 10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 이유를 언급하며 "(당시) 수해가 심했던 상황에서 골프를 쳤던 것을 이제 와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당시 (징계를) 결정한 윤리위원들의 의견을 홍 시장이 들어봤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서도 "다시 시험을 봐서 다른 학교 가려는지 아니면 다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박 수석대변인의 공개발언에 징계 해제 당사자들이 또다시 참전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홍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구지역 의원들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연 뒤 "단순히 징계를 취소해버리면 될 것을 대사면 운운하고 있다"며 "사면이라는 것은 죄 지은 자를 용서해주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당에 무슨 대통령이 있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홍 시장은 "징계 취소를 하고 안 하고는 내가 정치 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내년에 출마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징계받은 것이 앞으로 정치행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대변인이 자신을 향해 '당시 윤리위 징계 결정을 다시 돌아보라'며 비판한 것을 두고는 "애들하고 싸우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탈당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홍 시장은 "내가 이 당을 30년 지켜온 사람이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이라고 소리쳤다.

    혁신위가 징계 해제 대상자들의 반발에도 1호 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로 하면서 공은 김기현 대표에게 넘어갔다.

    오신환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특정인을 호명하거나 거론해 대사면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 징계를 취소하거나 중지할 수 있다. 우리가 정치적인 용어로 승화시켜 대사면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이어 "당헌·당규에 맞춰 아마 지도부가 고민할 것"이라며 "사면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범죄행위를 한 사람들도 있다. 지도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 이 전 대표, 김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 유지를 어겼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2년을 당한 김철근 전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과 절도 혐의로 인한 벌금형의 선고 유예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을 받은 김필여 전 안양 동안을 당협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