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정 연설, 교섭단체 대표 연설서 고성·손피켓 없애기로 합의상임위서도 손피켓 중단… 국회법 아닌 합의사항으로 무용지물 우려
  • ▲ 9월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취지 설명을 하던 중 소란이 일어나 여야 원내대표와 김진표 국회의장이 논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9월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취지 설명을 하던 중 소란이 일어나 여야 원내대표와 김진표 국회의장이 논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피켓을 부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통령 시정연설, 교섭단체대표 연설 때 정쟁을 차단하는 이른바 '신사협정'이다.

    다만 강제로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합의사항으로,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에서 신사협정을 맺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어제 홍익표 원내대표와 만났다. 우선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는 것도 합의했다"며 "국민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치에 매몰돼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이런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도 민주당 회의에서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고, 그로 인해 회의가 파행되는 일이 반복됐다"며 "앞으로 회의장 안에는 본회의장이든 상임위 회의장이든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러 가지 고성과 막말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대표 연설 시에는 의원석에 있는 의원이 별도의 말을 하지 않기로 일종의 신사협정 같은 것을 제안했고, 여야가 합의했다"며 "국회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정쟁 관련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협치 메시지를 강조하자 민주당도 정치문화 변화에 동참한 것이다. 

    여야는 그러나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국회법 개정 등 제도화하지 않았다. 쟁점 사안에 관해 여야의 감정이 격해질 경우 손피켓과 고성은 재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 9월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안설명 도중 "법원에 가서 이야기하라" "짧게 하라"는 등 소리를 질렀다. 이에 여당도 응수하며 한 장관이 발언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여야가 설전을 벌였고, 김 의장이 수차례 경청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멈추지 않았고, 한 장관은 준비해온 제안설명을 마치지 못하고 체포 필요성만 설명했다.

    여야가 맺은 신사협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헌정사상 최초로 보이콧했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의 자당 중앙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사과하지 않았다며 본회의장 입장 대신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