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 현실화… 비상 걸린 국민의힘,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가능성

내년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두 자릿수 격차로 패배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번 강서구청장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만큼 내년 총선에도 빨간불 들어온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한 자릿수 패배, 즉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진들을 중심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하는 등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에 가까운 득표차를 보이게 되면서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은 '김기현 체제'를 향한 '책임론'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참패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김기현 대표 혹은 그 지도부에 대한 당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지도부 사퇴 등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본지에 "지도부 혹은 당 누구인가가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한다면 당은 거기서 그냥 끝나게 되는 것"이라며 "진짜 내년 총선을 위한다면 책임을 누군가한테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한 만큼 대대적인 쇄신도 요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쇄신' '맞춤형 대안'을 약속하며 오는 13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최고위원회의 후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내일 긴급 최고위를 9시에 열어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강서구청장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선거 결과와 지금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운 상황을 잘 분석해 그동안의 당 정책과 운영에 있어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고 국민의 뜻에 더욱 부합하도록 경제와 민생 회복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총선기획단을 조기에 꾸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본지에 "총선기획단을 조기에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보다 빠르게 총선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선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며 패배의 후폭풍을 빠르게 극복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인재영입, 당무감사 등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정책 및 정무를 대상으로 한 변화를 꾀할 미래비전특별위원회 구성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비전특위는 당 혁신위원회 격이지만 혁신위처럼 위원장을 별도로 두지 않고 김 대표가 직접 이끄는 식으로 운영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현 상황에 따른 돌파구를 모색하는 등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