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체포동의안 표결 때 10표 모자라 부결… 민주당 이탈표에 기대"입원한 당대표 감옥 못 보낸다는 동정 분위기… 도망가는 자가 범인"비명계 "이재명이 '가결하라' 말해야… 대국민 약속이니 반란표 아냐"
  • ▲ 단식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 악화로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18일 오전 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 단식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 악화로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18일 오전 이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 전체가 아닌 '개인'과 관련한 사건이라며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상기시키며 비명계를 비롯한 친명계의 이탈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과, '방탄' 비판에도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강경 의견으로 쪼개지고 있다.

    "사법 절차, 감정의 저울 따라 흔들려서는 안 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인간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법 절차는 정의의 저울을 따라 엄정하게 움직여야지 감정의 저울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비판하거나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라지더니 이제는 병원에 입원한 당대표를 감옥에 보낼 수 없다는 동정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당대표 개인 비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민주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형적인 집단사고의 오류"라며 "민주당은 오류에 대한 출구를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국회 상임위원회 보이콧 등 국정 운영 방해에서 찾는 것은 매우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 대표 체포동의요구서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이날 국회로 보냈다. 이에 따라 20일 윤재옥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있는 본회의에서 보고된 후 다음날인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한을 넘길 경우 다음 본회의(25일)에 상정해 표결한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은 7월18일 의원 168명 전원 명의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그러나 '정당한 영장 청구'를 조건으로 달면서 사실상 입맛대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식 핑계로 도망가지 말고 불체포특권 포기해야"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2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 처리된 바 있다. 당시 재적 의원 299명 중 297명이 출석해 과반(149명)에 10표가 모자랐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민주당 내부의 이탈표를 기대하며 '소신 있는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만들더라도 다수의 국민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 문제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민께서 던지는 싸늘한 눈길을 염두에 두고 체포동의안 표결에 임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가결이 곧 구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일반 국민과 똑같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도망가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재명 대표는 단식을 핑계로 도망가지 말고 본인이 말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당당하게 응하겠다'는 기개로 체포영장 심사에 응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비명계의 반대표와 친명계 내부의 이탈표를 막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표결 불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야 더 강한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거기서도 용기 있는, 소신 있게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결 vs 부결 쪼개지는 민주당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일이 다가올수록 가결과 부결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차라리 '방탄'이라는 오명을 받더라도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대표를 지키는 결정을 하자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표의 이탈도 없이 똘똘 뭉쳐 부결시켜야 한다. 호랑이 아가리에 저희가 머리를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하더라도 (민주당이) 분열의 길로 가지 않는 방법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에 말했듯 '가결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제일 낫다"며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이니 가결이어도 반란표가 아니다. 이 대표가 힘들겠지만, 어쨌든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말했던 (불체포특권 포기를) 다시 한번 천명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