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초로 위성 쏜 러시아… 60여 년간 위성 연구개발 우주강국 평가"조급한 김정은과 탄약 거래하는 대가로 철 지난 위성기술 전수할 듯""두 차례 실패… 北, 탄도미사일과 위성은 다르다는 점 인식했을 것"
  • ▲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위성기술 이전을 논의하면서, 우주강국인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기술들을 전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과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현지 매체의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9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며 군사정찰위성 개발 의지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지난 4월에는 군사용 정찰위성 1호기를 제작 완료했다면서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김정은과 그의 딸 김주애가 '클린룸'처럼 보이는 실내에서 군사정찰위성 1호기로 추정되는 물체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하면서 선전전이 아닌, 실제임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 5월31일 오전 6시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발사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은 비정상적인 비행 이후 서해로 추락했다. 탑재된 정찰위성 '만리경-1형' 역시 물에 잠겼다. 

    군은 해군 등을 투입해 잔해 인양에 성공, 분석한 결과 "군사적으로 쓸모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1차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85일 만인 지난 8월24일 제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계열 미사일의 수차례 시험발사로 추진체계에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자축한 북한이었기에 연속 실패가 더욱 뼈아픈 표정이었다.

    체면을 구긴 김정은이 결국 러시아까지 달려가 푸틴에게 기대하는 것이 인공위성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주영역의 선구자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지구에서 가장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로 기록돼 있다. 소련은 1957년 10월4일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해 성공시키며 지구의 시선을 우주로 확장시켰고, 이에 충격(스푸트니크 쇼크)을 받은 미국이 뒤따라 우주과학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조직이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이다.

    미국 참여과학자연대(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 따르면, 60여 년 전 위성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는 지난해 말 기준 174대의 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연이어 실패한 추진체의 비행기술과 위성의 해상도 등과 관련해 푸틴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천리마 1형'에는 북한의 ICBM인 '화성-15형'에 활용된 '백두엔진'이 사용됐다.

    '백두엔진'이 러시아의 로켓엔진인 'RD-250'을 모방한 만큼, 러시아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북한이 마주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할 탄약 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두 차례 실패로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위성 발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며 "차이점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수십 년간의 경험과 노하우, 관련 기술, 소재나 부품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전수할 위성체 기술의 수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신 위원은 "북한이 1980~90년대 러시아가 사용했던 위성기술을 넘겨받는 부분을 타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제공할 재래식 무기·탄약과 자국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연구해온 전문지식이 집약된 첨단 기술을 맞교환하기에는 러시아로서는 손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30여 년 전 기술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상습 지각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 30분이나 일찍 도착해 김정은을 마중한 이유다. 정찰위성 확보가 조급한 김정은으로서도 1980~90년대 러시아 기술은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공개한 정찰위성 분해능(해상도) 성능은 20m였다. 이는 지상에 있는 20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다. 군사정찰위성으로 활용하려면 분해능 성능이 0.5m 수준은 돼야 한다.

    우주강국인 미국이 보유한 군사정찰위성 '키홀'은 해상도가 5cm 수준이고, 러시아의 군사정찰위성 역시 이와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러시아가 '철 지난' 기술들을 하나씩 가르치면서 북한의 협조 여부에 따라 전자광학체계나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체계, 위성 제어 및 통제 기술 등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탄약과 물자를 보급받기 위해 기술 전수 대신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을 일회성이 아닌, 러시아의 지도하에 두고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을 북한으로 보내 (그동안의)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도록 할 것 같다"며 "러시아가 해상도가 높은 양질의 위성용 카메라도 북한에 제공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10월 3차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만큼, 당장 러시아로부터 위성기술을 전수받아 성공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 지난 6월16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공개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 ⓒ뉴데일리DB
    ▲ 지난 6월16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공개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