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과 가족 전용 별장… 현대외교 역사 현장으로 명성이명박-조지 부시 '골프카트 우정' 장소로 국내에도 친숙바이든 취임 후 외국 정상 첫 초청…"격의없고 친밀한 회담 기대"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
    한미일 정상이 18일(현지시간) 북한과 중국의 역내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3국 간 안보·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다자회의 이외의 장소에서 독자적으로 열리는 것은 외교사상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의 역사적 상징과 의의에 관심이 쏠린다. 캠프 데이비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세계 외교사에서 중요한 협상과 담판이 이뤄져 역사적인 현장으로도 명성을 얻은 곳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과 가족들을 위한 공식 휴양지로, 약 15만평 규모이며 워싱턴DC에서 북서 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메릴랜드주(州) 캐탁틴(Catoctin) 산맥 안에 자리하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헬리콥터로 약 30분 거리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미 대통령이 연방정부 직원들의 휴양지로 여름에 시원한 이곳에 별장을 만들었고, 후임인 해리 S. 트루먼 미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곳을 영국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가상의 낙원 '샹그리라'라고 이름지었지만 이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자신의 손자 '데이비드'의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고 명명했다.

    이름에 기지(캠프·camp)가 붙은 것은 대통령의 휴양지답게 미국 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며, 정식 명칭은 '서먼트 해군 지원 시설(Naval Support Facility Thurmont)'이다.
  • ▲ 캠프 데이비드 평면도.ⓒ대통령실 제공
    ▲ 캠프 데이비드 평면도.ⓒ대통령실 제공
    캠프 데이비드는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집무실과 회의실을 갖추고 있으며 산책로, 수영장, 골프장, 승마장, 볼링장 등 다양한 휴양시설과 손님용 숙소를 구비하고 있다.

    캠프는 아스펜(Asepn), 로렐(Laurel), 히커리(Hickory), 버치(Birch) 등 약 12개의 '게스트 캐빈(손님이 머무르는 숙박시설)'이 구불구불한 길로 연결돼 있고, 캠프 내 건물의 지명은 현지 토착 나무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아스펜 로지(Aspen Lodge)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으며, 1942년 루즈벨트 대통령을 시작으로 모든 대통령이 사용했던 숙소다. 아스펜은 사시나무가 많은 콜로라도주(州) 출신이었던 아이젠하워 여사를 기리는 의미로 명명했다.

    로렐 로지(Laurel Lodge)는 아스펜 로지에서 언덕 아래로 약 4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대부분의 공식 회의와 식사가 진행되는 곳이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는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친밀한 지인들과 재충전을 하는 쉼터이자 핵심 참모들과 국정운영 논의의 장, 정상외교 무대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나라들을 주로 초대하고 경직된 정상 간의 회담에 '친밀감'을 불어넣어주는 절충된 성격의 회담장으로도 평가받는다.
  • ▲ 2012년 캠프 데이비드의 아스펜 로지(Aspen Lodge)에서 진행된 G8 정상회의 당시 모습.ⓒ캠프 데이비드 홈페이지
    ▲ 2012년 캠프 데이비드의 아스펜 로지(Aspen Lodge)에서 진행된 G8 정상회의 당시 모습.ⓒ캠프 데이비드 홈페이지
    캠프 데이비드는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합의를 도출한 장소이자 적대 국가 간의 관계 개선이 이뤄진 곳으로 외교적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수상은 당시 이곳에서 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토대를 잡는 등 종전을 논의했다.

    냉전이 시작된 이후 1959년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가졌다. 미·소 정상은 당시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가진 뒤 군사대결을 지양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78년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만나 10여일간 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보장,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집트 영토(시나이 반도) 반환 등 양국 관계 정상화를 합의했다.

    이외에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196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1990년), 아베 신조 총리(2007년) 등 각국 지도자들이 방문했으며 2012년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G8 정상회의가, 2015년에는 걸프국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 ▲ 2008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AP/뉴시스
    ▲ 2008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AP/뉴시스
    한국 대통령 가운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이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이 골프 카트를 함께 탄 모습은 두 정상과 한미 간의 '우정'을 상징하는 장면으로도 기억된다.

    당시 한미 정상은 로렐 로지에서 회담과 만찬을 가졌고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도 로렐 로지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미 현지 언론의 관측이 따른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주최한 G8 정상회의도 로렐 로지에서 열렸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과 상징성을 지닌 장소인 만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3국 간의 각별한 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약 30차례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지만 외국 정상을 초청하는 것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참석 계기가 아닌 한미일 정상회의만을 위해 따로 모여 회의를 개최하는 첫 사례로, 3국 정상 간 격의없고 친밀한 대화를 갖기 위해 리트리트(retreat)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리트리트는 배석자 없이 상호 간의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비공식 회의 방식을 말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캠프 데이비드가 역사적 외교무대로서 명성을 떨친 이유는 미 대통령이 방문국 정상과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장시간에 걸쳐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외국 정상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에도 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3국 간 핫라인(전용전화) 개설을 위한 노력과 한미일 정상회담 정례화 등이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우리는 지도자와 각 정부 내 다른 인사들이 소통할 수 있는 3자 핫라인을 설치하기 위한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3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야심찬 이니셔티브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같은 날 "워싱턴 외곽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라며 "캠프 데이비드에서 중요한 회담을 갖는다는 전통에 따라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보여주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