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김포공항역,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 행렬도 끝없어안전사고 우려해 '뛰지 않기' '스마트폰 보며 걷지 않기' 등 홍보 영상 송출'러시아워' 한시 운영하는 김포 70번 버스도 오전 7~8시엔 60여 석 만석한강 수상버스 내년 하반기 도입 예정… 5호선 연장은 김포·인천 갈등 변수
  • ▲ 러시 아워 시간대 김포골드라인 내부 ⓒ김성웅 기자
    ▲ 러시 아워 시간대 김포골드라인 내부 ⓒ김성웅 기자
    지난 16일 오전 7시 '김포골드라인'의 종점인 김포공항역은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다급했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단 2량짜리 열차에서 짧게는 7분, 길게는 30여 분을 '구겨져' 있다 해방된 시민들이었다. 열차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해방감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또다른 지옥철인 서울지하철 9호선을 향해 힘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김포공항역에서 양촌역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역시 입석이었으나 이마저 감지덕지였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김포공항역 방면 열차는 좁은 공간에 시민들이 겹겹이 갇혀 자유가 구속된 '가축 수송'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전 7시30분쯤 김포시 주요 주거단지에 위치한 사우(김포시청)역에서 내려 반대편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으로 가득 찬 승강장 내부에는 대체수단인 70번 버스 탑승을 권장하는 안내판이 곳곳에 보였다.

    승강장에 위치한 스크린에서는 많은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해 '뛰지 않기' '스마트폰 보며 걷지 않기' 등을 홍보하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역시나 이전 역에서 이미 만차(滿車)인 상태로 열차가 들어왔고,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승객은 일상처럼 몸을 욱여넣었다.

    한 발도 더는 들어갈 공간이 없어 출입문이 닫히자, 바로 앞에서 탑승에 실패한 시민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옆에 있던 다른 시민은 안전 문제로 탑승을 저지하는 안전요원을 향해 "안에서 조금만 들어가 주면 (나도) 탈 수 있겠는데"라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40대·여·김포시) 씨는 "매일 출근길이 전쟁이다. 회사에 도착하면 일도 시작하기도 전에 녹초가 돼 있다"고 토로했다.
  • ▲ 김포 70번 버스 탑승을 권장하는 문구가 송출되고 있다. ⓒ김성웅 기자
    ▲ 김포 70번 버스 탑승을 권장하는 문구가 송출되고 있다. ⓒ김성웅 기자
    안전요원 박모(60대·여) 씨는 "여기는 이 시간만 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버스(김포 70번 버스)가 다니게 된 이후로는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오전 8시30분, 걸포북변역에서 밖으로 나와 김포 70번 버스에 탑승했다. 이 버스는 김포골드라인의 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김포시가 '러시아워(Rush Hour)'에만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대체운송수단이다. 지난 1월부터 순차적으로 증차돼 서울로 출근하는 김포시민들의 교통 수요를 분담하고 있다.

    출근시간이 거의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5~6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강장에서 만난 최모(여·50대) 씨는 "(김포골드라인은) 너무 복잡해서 못 타. 조금 느리더라도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 70번 버스는 버스전용차로로 주행하기 때문에 일반 차량보다는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지하철보다는 느리다. 이날 김포 70번 버스는 걸포북변역 정류장에서 김포공항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됐는데, 같은 거리를 김포골드라인은 20분이 소요된다.

    김포시 대중교통과 도우리 주무관은 "출근시간인 오전 7~8시에는 62석 규모인 김포 70번 버스가 매번 만차 상태로 출발한다"며 "입석은 위험하기 때문에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가 넘어서자 역사를 가득 채운 시민들도, 불편한 접촉도, 불쾌한 입김도 사라지고, 긴장감이 가득했던 김포골드라인에도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 승객들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안전요원들은 출근시간만 지나면 다른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퇴근시간 전까지 여유로운 편이라고 귀띔했다.
  • ▲ 김포 70번 버스가 전용 차선을 달리고 있다. ⓒ김성웅 기자
    ▲ 김포 70번 버스가 전용 차선을 달리고 있다. ⓒ김성웅 기자
    오후 5시가 넘어서면서 서울과 김포를 잇는 '허브'인 김포공항역에는 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김포시민들이 김포공항역으로 무더기로 쏟아졌다. 서울지하철 5호선과 9호선에서 내린 이들은 2량밖에 되지 않은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하기 위해 다시 오전처럼 양 어깨를 좁히고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메고 있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서인지 안전요원들은 열차가 정차하는 승강장 내 대기 인원을 제한했다. 승강장 내 인원이 250명 정도 차면 계단 앞에서 시민들의 진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길어진 대기줄이 계단까지 이어질 경우 자칫 압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촌역 방면으로 향하는 퇴근길 김포골드라인 역시 내부에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김포공항역에서 출발한 '만원열차'는 세 정거장 앞인 사우(김포시청)역을 지나면서 조금씩 해소됐다. 

    안타깝게도 김포시민들의 이 같은 불편은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계획한 '한상 수상버스' 도입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서울시 이진오 한강이용증진과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한강 수상버스를 내년 하반기까지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김포골드라인의 교통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200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수상버스를 15분 간격으로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일반 버스가 접근 가능한 지점에 선착장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수상버스는 일반 버스와 달리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다. 그런 점을 살려 자전거 교통 인프라와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 안전요원들이 계단 위에서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웅 기자
    ▲ 안전요원들이 계단 위에서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김성웅 기자
    또 다른 대안책으로 수도권 5호선 지하철 연장이 있으나, 유치전에 뛰어든 김포시와 인천시의 갈등이 복병이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이달 중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을 결정하는데, 김포시는 검단지역 1개 역사를 경유하는 노선을, 인천시는 검단 3개 역사를 경유하는 노선을 제안했다.

    광역교통위가 양자택일을 예고한 만큼, 결과에 따라 지역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돼 사업 결정 이후 노선 연장이 지연될 우려도 적잖다.

    김포시 김성관 철도사업팀장은 "수도권 5호선 연장 노선이 김포시로 들어오면 포화 상태인 김포골드라인의 이용객 상당수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