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김장겸·미디어연대, 문건 관여자 공동고소·고발"'민주당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계획'대로 사장 물갈이"
  • ▲ 고대영 전 KBS 사장(좌)과 김장겸 전 MBC 사장. ⓒ뉴데일리
    ▲ 고대영 전 KBS 사장(좌)과 김장겸 전 MBC 사장. ⓒ뉴데일리
    문재인 정부 시절 해임된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언론장악 문건'의 작성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할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언론비평시민단체 '미디어연대'에 따르면 고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은 해당 문건에 담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계획'대로 각각 KBS와 MBC에서 부당하게 해임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오는 8일 오전 10시 '언론장악 문건'을 모의·작성·실행하는 데 개입한 성명 미상의 모든 관계자들을 고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디어연대도 같은 취지로 '언론장악 문건'에 개입된 관계자 모두를 고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해당 문건과 관련해 그간 언론계나 정치권, 시민단체가 수사의 필요성을 지적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시민단체나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발·고소를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우섭 미디어연대 상임대표는 고발장에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자행된 문재인 정권의 공영언론 장악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며 "6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검찰이 피고발인들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대검 종합민원실에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민원실 앞에서 공동 고소인인 고 전 사장, 김 전 사장, 조상규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고소의 취지를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 워크숍서 '공영방송 사장 퇴진 운동 문건' 공유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은 민주당 전문위원실이 만든 것으로, 2017년 8월 25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9월 8일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與 "KBS·MBC 野측 이사 비리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비공개 검토 보고서에서 김장겸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나설 경우 현 사장들과 결탁돼 있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등 야당들과 극우 보수 세력들이 담합해 자칫 '언론 탄압'이라는 역공 우려가 있다"며 방송사 구성원 중심으로 사장·이사장 퇴진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당은 △시민사회·학계·전문가 전국적·동시다발적 궐기대회, 서명 등을 통한 퇴진 운동 필요 △언론적폐청산촛불시민연대회의(가칭) 구성 및 촛불 집회 개최 논의 등을 제안하는 한편 △사측 및 사장의 비리·불법 행위 의혹 등과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추진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장의 경영 비리(공금 사적 유용) 등 부정·불법적 행위 실태를 엄중히 조사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또한 민주당은 "금년 11월경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조건부' 재허가를 통한 수시·정기 감독을 실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영방송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이사진에 관해선 "야당(자유한국당) 측 이사들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통해 개인 비리 등 부정·비리를 부각시켜 이사직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의 강도 높은 진상 조사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의 퇴진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기획한 '로드맵'대로 고대영·김장겸 OUT

    공교롭게도 2017년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주도로 MBC와 KBS가 각사의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파업에 돌입했고, 같은 달 7일에는 야당 측 인사인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가 방문진 이사직을 사임했다. 사장 면접에서 '노조 배제'를 암시하는 질문을 했다는 혐의(부당노동행위·방송법 위반 등)로 고소당한 유 이사는 당시 좌파 성향의 학생들과 졸업생들로부터 무차별적인 모욕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같은 해 10월 18일 또 다른 야당 측 방문진 인사였던 김원배 이사가 사퇴한 데 이어, 11월 2일에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 11월 13일에는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잇따라 가결됐다.

    당시 방문진은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 MBC를 정권 방송으로 만든 것 △노조 탄압과 인권 침해 △시대에 역행하는 리더십 △방문진 경영지침의 불이행 △신뢰와 품위의 추락 △무소신·무능력·무대책 등 7가지를 김 사장의 해임 사유로 들었다. 취임 8개월 만에 해임된 김 전 사장은 현재 법원 소송을 진행 중이다.

    KBS의 경우 야당 측 인사인 김경민 KBS 이사가 2017년 10월 11일 사퇴서를 냈고, 마찬가지로 야당 측 인사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 등으로 같은 해 12월 KBS 이사회에서 전격 해임됐다.

    이로써 여당 측 인사가 과반을 넘게 된 KBS 이사회는 2018년 1월 22일 △보도 공정성 훼손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파업 이후 관리 능력 부재 등 총 8개의 사유를 들어, 임기 종료를 10개월 앞둔 고대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 해임제청안을 재가했다.

    이에 고 전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공적 책무를 다 했음에도 경영 성과가 아닌,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이유로 해임됐다"며 법원에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항소심 "고대영 해임할 의도 갖고 강규형 해임"


    본안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해임 사유 8개 가운데 5개가 인정된다"며 "해임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3부는 "KBS 이사회가 의결한 해임 사유들 중 절반은 사실이 아니거나 원고(고 전 사장)의 책임이 아니고, 나머지도 충분한 해임 사유로 보기 힘들다"며 "원고를 해임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7년 8월경 민주당이 워크숍 준비용으로 작성한 문건에 '이사회에서 야당 성향 이사를 퇴출시키고 원고의 퇴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고, 2017년 12월 29일 강규형 이사가 해임된 지 불과 10일도 지나지 않은 2018년 1월 8일 여권 성향의 이사들에 의해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이사회에 제출된 점 등에 비춰보면, 당시 KBS 이사회가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상정할 의도를 갖고, KBS 이사를 부적법하게 해임해 이사회 구성을 변경한 뒤 원고의 해임안을 가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를 해임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위법하고 방송법 규정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강규형 이사의 해임은 법원 판결을 통해 취소됨으로써 소급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했다"고 짚은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안은 위법하게 해임된 강규형 이사를 대신해 새로 선임된 당시 여권 성향의 이사가 표결에 참여해 이뤄진 것으로, 만약 강 이사에 대한 위법한 해임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사건 해임제청안이 가결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6월 29일 고 전 사장이 승소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 "KBS 이사 해임처분 부당"… 강규형 최종 勝


    실제로 강 교수 역시 '해임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를 거둔 바 있다.

    대법원은 2021년 9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원심 판결(원고 승소)에 불복해 제기한 상소심에서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고인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심리의 불속행)에 해당한다"며 강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1심은 "감사원 감사 결과 KBS 이사 모두에게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됐고,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없으며 원고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2심 역시 "원고가 시위자에게 취한 언동에 욕설이나 모욕적인 행동이 없었고, 원고는 폭행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런 사유 등으로 KBS의 명예실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