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시민들은 발만 동동… 5년간 한 번도 세종보 점검하지 않아함부로 가동보 움직였다가 노후한 배관 터져 강물에 기름 유출될 수도
  • ▲ 21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지난 13∼15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21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지난 13∼15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문재인 정부 때 결정한 4대강 보(洑) 해체 결정을 뒤집고 16개 보 전부를 존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금강에 위치한 세종보를 재가동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유압식(油壓式)으로 설계한 전도식 수문 가동 여부를 지난 5년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데다 가동보에 연결한 기름 배관 12개가 모두 금강 물길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정밀한 점검 없이 함부로 가동보를 움직였다가 노후한 배관이 터져 기름이 강물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24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세종보는 콘크리트 중력식으로 만든 고정보(125m)와 가동보(223m)가 이어진 다기능 보다. 1287억원을 들여 2012년 6월 준공했다.

    세종보 내 가동보 3개를 떠받치고 있는 실린더는 기름(가동 오일)을 주입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큰 철판 2개를 묶은 가동보 1개당 무게는 40톤(t)으로, 철판을 실린더 여러 개가 여닫는 구조로 설계됐다. 가동보 3개에는 보를 움직이는 실린더 94개가 설치돼 있다. 1가동보에 32개, 2가동보에 32개, 3가동보에 30개다.

    촘촘히 박힌 실린더에 가동 오일을 보내는 배관은 모두 12개다. 모두 한솔동 방향에 있는 3가동보 쪽에서 시작한다. 갈수기에도 금강 물은 3가동보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퇴적토가 쌓여 보 기능을 상실한 1·2가동보쪽 시운전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다.

    가동보 배관 외에도 보 하류 물을 막는 보조수문 구동축(스톱로그 실린더·24개)에도 배관 6개가 설치돼 있다.

    금강보관리단 관계자는 "가동보를 제대로 점검하려면 40t짜리 철판을 들어 올려 밑에 깔린 실린더와 배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금강 수위가 올라 보 위로 물이 넘쳐 흐르고 있고 유속이 빨라 홍수기 이후에 점검이 가능할 것 같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금강보관리단에 따르면 가동보 운영 시 배관에 가해지는 압력은 광역상수도관 압력의 15배가 넘는다. 이는 댐에서 취수한 물을 자치단체 정수장으로 보낼 때 쓰는 송수관 압력보다 10배가 넘는다는 의미다. 배관 내구연한은 7년으로 완전 개방 시점이 2018년 4월인 것을 고려하면 노후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리하게 가동보를 움직였다가 배관이 터지기라도 하면 기름이 하천에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일 "금강·영산강 보 해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후속 조치로 2021년 1월 의결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의 재심의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개방한다는 전임 정부 당시 결정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불합리하게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이 이뤄진 점과 반(反)4대강 인사들로 4대강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가 불공정하게 꾸려진 점 등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짐에 따라 후속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4일 새벽까지 이틀도 안 되는 기간에 전국에 최대 2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당시 장맛비에 금강이 불어나면서 세종보 수력발전소는 조그마한 섬처럼 고립됐다. 14일 낮에는 세종시 한솔동 세종보 수력발전소 부근 자전거도로가 불어난 강물로 일부가 잠겼다. K-water 세종보사업소는 자전거도로를 차단하고 주차장을 폐쇄해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인근 주민들은 불어나는 강물을 지켜보며 큰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