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보신각 앞서 5000여 교사들 거리 집회…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모여공교육비상대책위 "학부모 무차별 폭언 등 위협에 노출… 대처방안 있어야"파업권 없는 교사들, 커뮤니티에서 '9월4일' 병가·연가로 '우회 파업' 움직임
  • ▲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으로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로 취급받아 온 교사들의 분노가 이번 '서이초 사건'을 도화선으로 해 폭발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검은 옷과 마스크 차림의 교사와 교대생 5000여 명이 모여 생존권을 위협 받는 교사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해당 집회는 온라인상에서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추진됐다. 교원노조나 교원단체 주최가 아닌, 일선 교사들 중심으로 교권확립 대책을 촉구하는 거리 집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집회 시작 이전에 실시한 참여여부 사전 조사에서는 약 2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파악됐지만, 현장에는 두 배가 넘는 5000여 명의 참가자(주최 측 추산)가 모였다. 보신각 일대로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보신각 앞 도로 2개 차로를 추가로 내줬다. 

    주최인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번 일이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으로만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교사들의 권리를 찾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현장의 교사들은 학부모에 의한 무차별적 폭언 등 생명과 직결되는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교사 생존권 보장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방안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교사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서이초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며, 학부모 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교권 침해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기도 했다. 

    교사들, '연대 파업' 움직임… "숨진 교사 49재에 총파업 하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새내기 교사가 '갑질 민원'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 SNS상에선 현직 교사들이 숨진 교사의 49재에 연가나 병가를 내는 방식으로 우회 파업을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초등학교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고인의 49재인 9월4일은 연가·병가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이제 확실한 액션을 보여야 할 시간"이라며 "고인의 49재 되는 날이 9월 4일인데 저는 업무 메신저 상태표시란에 '9월4일은 병가입니다'라고 표시하고 9월3일 밤에 병가를 상신하고 보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작성자는 "혼자 못 나오면 누군가 보결하고 말 것이지만, 한 학교에서 5명, 어느 학교에서는 10명 가까이 나올 수 없다면 보결을 돌릴 수조차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라면서 교사들에게 동참을 요구했다.

    이어 "벌써부터 '책임감 없는 담임 교사'라는 자기검열을 하지 말라"면서 "교육권을 회복해 정당한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감 아니냐"며 동참을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결재를 받든 말든 그날은 정신병원이라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교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있지만 단체행동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병가나 연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파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작성자의 주장이다.

    해당 글에는 "휴직 교사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무조건 파업을 해서 대동단결해야 한다" "수업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생겨야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는 등 2000여 개의 많은 댓글과 공감이 달렸다.

    이와 더불어, 교사들은 상주 머리핀을 2학기 개학 후에 머리에 꽂고 다니자는 의견을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또 추모의 뜻을 담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검은 리본 사진으로 바꾸는 교사도 다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