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지뢰탐지·제거 장비 지원 확대"안보, 인도, 재건 분야 등 9개 패키지 지원 계획… 우크라, 韓 기업 직접투자 요청"尹 부부, 항공기·육로·기차 등 3가지 이동 수단 통해 폴란드-우크라 27시간 이동尹, 국내 수해 문제로 우크라 일정 축소… 한국 도착하자마자 중대본 회의 주재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전시국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뢰 탐지·제거기 등 안전 장비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동행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16일 폴란드 바르샤바로 돌아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김 차장은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대한민국이 향후 재건사업 참여 요청을 받고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 이후 안보 분야 3가지, 인도 분야 3가지, 재건 분야 3가지 등 9개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이 이번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총 9개의 대(對)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는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로 명명했다.

    구체적으로 양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표한 평화공식 정상회의를 캐최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 군수지원을 확대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양국이 방위산업 협력 계획을 함께 구상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국은 식량, 에너지 안보에서 국제적 기여와 협력을 확대하고 인도 분야에서는 지뢰 탐지 및 제거기 등 안전장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지뢰 탐지기·제거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요가 절박하리만큼 크다"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적절한 수준에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위한 심리·정신적 치료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건 분야에서는 지난 5월 양국 간 가서명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와 공적개발원조(ODA)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우리 측에 2차전지 등 우리 기업의 직접 투자를 요청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김 차장은 "폴란드와 함께 3자 간의 재건 MOU를 체결했지만 장기적으로 방산, 공급망, 기본 인프라 관련 자동차 분야, 통신 분야까지 (우크라이나 측이)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를 원했다"고 했다.

    교육 프로그램 지원과 관련해서 김 차장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취약한 교육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랩탑, 컴퓨터, 노트북을 원한다"며 "온-오프라인에 걸친 우크라이나 어린이, 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세대 지원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을 설립, 한국에서 유학하는 우크라이나 학생 지원을 위해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4일 저녁(현지시간) 항공기, 육로, 기차 등 3가지 이동수단을 이용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편도 14시간 등 왕복 27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1시간 체류하며 일정을 소화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수해 상황을 고려해 현장에서 지휘할 필요가 있었다"며 양국 정상 친교시간과 박물관 방문 등 우크라이나 일정을 축소하고 폴란드로 다시 돌아왔다고 전했다.

    방문 루트는 미국, 일본 등 G7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찾을 때 이용했던 것과 대동소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 중 가장 안전한 폴란드 접경지를 선택했다"며 "러시아의 불규칙한 폭격과 드론(무인기) 공격이 이어지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후화된 철도 노선과 설비 때문에 기차가 자주 흔들려서 마시고 있던 음료수가 가끔 엎어지기도 했다"며 우크라이나 중심부로 들어가는 과정은 험난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자마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러시아군의 학살이 벌어진 부차 지역과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 지역을 먼저 돌아봤다.

    윤 대통령은 부차에서 건물 차량 피해 현황을 둘러보고 성앤드루 성당에 들러 우크라이나 외교부와 담당 검찰 담당관의 안내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지난 수개월간 벌어진 인명피해, 대학살, 폭격 현장을 사진전으로 전시해놓은 현장에서 상세한 브리핑을 받았다.

    이어 윤 대통령이 방문한 이르핀은 키이우 수도 인근도시다. 수도까지 점령당할뻔한 마지막 순간에 결연히 러시아와 전투를 벌여 막아낸 차원에서 이르핀은 우크라이나에서 '영웅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했다.

    윤 대통령은 마린스키궁에서 공식환영식, 110분간의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를 진행했다. 이후 양 정상의 부부 오찬을 가진 데 이어 키이우 시내 소피아 성당을 둘러보고 국립아동병원에서 부상 치료 중인 어린이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당초 지난 14일 폴란드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방문을 전격 결정하면서 일정이 이틀 더 늘었다.

    김 차장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국가원수 신변 안전 경호 문제가 녹록치 않았고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이 얽혀 있었다"며 "준비는 해놓고 떠났지만 결정하지 못한 채로 (리투아니아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최종 결정한 배경에 대해 "몸소 현장에서 확인할 때 피부로 느끼고 현지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협력할 지 식별할 수 있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글로벌 현안에 긴밀히 연대한다는 명분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정상회담 종료 후 공동언론발표 전 화상회의 등을 통해 수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총력 대응을 주문했으며, 우크라이나 일정을 마치고 바르샤바로 향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도 참모들과 집중호우 대책회의를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중대본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