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쟁기념관에서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열려백남희 여사, 생전 아버지 편지 대독하다 목 메여… "하늘에서 대한민국 수호하실 것"
  • ▲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건립된 백선엽 장군 동상.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과 함께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라는 국가보훈부 슬로건이 눈에 띈다. ⓒ이바름 기자
    ▲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건립된 백선엽 장군 동상.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과 함께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라는 국가보훈부 슬로건이 눈에 띈다. ⓒ이바름 기자
    "아버님의 눈, 다부동 전우들의 눈은 저 멀리 북쪽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이제 전우들과 함께 못다한 통일의 꿈을 이루고자 하늘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을 수호하시리라 믿습니다."

    5일 오후 2시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개최된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에서 백 장군의 장녀인 백남희 여사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백 여사는 행사장을 찾은 참석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부친이 생전에 작성한 편지를 꺼내 대독했다.

    이 편지는 백 장군이 별세하기 9개월 전인 2019년 10월19일 당시 칠곡군수에게 보내려고 작성했다고 한다. 

    백 여사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써 두고, 본인의 소원이 당시에는 이뤄질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전달이 안 된 편지"라고 소개했다. 

    편지의 주된 내용은 자신이 죽으면 이곳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있는 무명용사들의 묘 옆에 묻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백 장군은 편지에 "노병 백선엽은 이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한 가지 소원이 있어서 군수님께 이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이어 백 장군은 "제 나이 백수를 바라보고 있다. 벌써 전우들 곁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제 곧 전우들을 만날 때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백 장군은 편지에서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1사단 전우들의 혼령과 함께 영원히 조국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라옵기는 우리 1사단 전사자들의 명부와 다부동에서 쓰러져간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는 이곳, 다부동전적기념관 영내 무명용사들의 묘 옆에 묻혀 그들의 혼령을 위로하면서 전우들과 함께 영원히 조국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혼령이 되는 것이 마지막 간절한 소원"이라는 부탁이었다.

    편지를 대독하던 백 여사는 이 부분에서 목이 메인 듯 잠시 울먹였다.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백 장군이 남기고 간 편지의 남은 부분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백 장군은 "이 노병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시길 간절히 청하오며, 호국 평화의 고국 칠곡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편지를 맺었다.

    백 여사는 "이곳에 오늘 아버님의 소원대로 모시지는 못했지만, 대신 아버님 동상이 세워졌다"며 "그런 의미에서 아버님의 동상은 사실상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들의 동상이며, 다부동전투의 투혼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국가보훈부는 이날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 장군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막식에는 박민식 보훈부장관과 백남희 여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 내빈이 참석했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이우경 동상건립추진위원장의 경과보고, 내빈 축사, 백 장군 생전 영상, 제막식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공개된 백 장군 동상은 높이 4.2m, 너비 1.56m 크기로 제작됐다.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의미를 담아 동상이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동상은 국민 성금과 국가보훈부 예산 1억5000만원 등 총 5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행사에 참석한 김관진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장군님의 그 유명한 말씀인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라고 한 전투현장이 바로 이 지역"이라며 "때 늦은 감이 있으나, 후손들에게 전쟁영웅인 백 장군의 호국정신과 구국정신을 기억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이 있게 된 것은 백선엽 장군을 비롯한 호국영령과 6·25전쟁 시 참전용사와 지게부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칠곡 다부동 일대에 호국 메모리얼 공간 등을 조성하여 자라나는 세대들의 호국·안보교육 장소로 만드는 등 경북을 대한민국 호국의 성지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민식 보훈부장관은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의 별인 백선엽 장군의 희생과 헌신을 많은 분들이 기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낙동강 방어선을 자유 민주주의 수호의 성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