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총 "민주당, 방송 장악 문건 지시·기획·실행자 밝혀야"고대영 해임무효 판결로 방송경영진 교체 '불법성' 확인
  • 지난 주말 대법원이 2018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고대영 KBS 사장을 해임한 처분은 절차상 '위법'이라는 확정 판결을 내림에 따라, 6년 전 '방송 장악 문건'으로 고 전 사장을 비롯한 공영방송 경영진을 몰아낼 계획을 세웠던 더불어민주당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업 언론인 단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회장 김현우)'는 3일 배포한 <'2017년 방송 장악 문건'…이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답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야권 성향의 강규형 KBS 이사를 위법하게 해임해 KBS 이사회 구성을 변경한 다음, 고대영 당시 KBS 사장을 해임한 것은 불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했다"며 "당시 KBS 이사회의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하루 만에 재가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인데,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사과는커녕 여태 유감 표명 한 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정권교체와 동시에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의 이사진 교체 작전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됐고, 김장겸 전 MBC 사장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임됐다"고 되짚은 언총은 "문재인 정권 출범과 동시에 감행된 KBS와 MBC 사장 축출 작전은 '방송 장악 문건'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라며 2017년 9월 7일 조선일보 보도로 세간에 드러난 민주당의 비공개 검토 보고서를 거론했다.

    민주당 워크숍서 '공영방송 사장 퇴진 운동 문건' 공유


    이 내부 문건은 민주당 전문위원실이 만든 것으로 2017년 8월 25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에 따르면 민주당은 양대 공영방송사 사장의 퇴진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나설 경우 현 사장들과 결탁돼 있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등 야당들과 극우 보수 세력들이 담합해 자칫 '언론 탄압'이라는 역공 우려가 있다"며 "방송사 구성원 중심으로 사장·이사장 퇴진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당은 △시민사회·학계·전문가 전국적·동시다발적 궐기대회, 서명 등을 통한 퇴진 운동 필요 △언론적폐청산촛불시민연대회의(가칭) 구성 및 촛불 집회 개최 논의 등을 제안하는 한편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추진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장의 경영 비리(공금 사적 유용) 등 부정·불법적 행위 실태를 엄중히 조사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또한 공영방송 이사진에 관해선 "야당(자유한국당) 측 이사들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통해 개인 비리 등 부정·비리를 부각시켜 이사직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의 강도 높은 진상 조사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의 퇴진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해당 문건대로 2017년 9월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고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소위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프로세스'가 진행됐다고 주장한 언총은 "당시 민주당은 '공영방송을 언론 적폐로 규정하고 시민단체를 통해 KBS·MBC의 경영진 퇴진을 압박하자'는 내용의 문건에 대해 '정세 보고가 로드맵으로 와전됐다'고 발뺌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민주당의 저 낯 뜨거운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공인됐다"고 강조했다.

    "'방송 장악 문건'은 민주당의 '영구 집권 마스터플랜'"


    언총은 "당시 친민주당 성향의 시민단체와 미디어학계는 민주당의 '방송 장악 문건'에 따라 형식적 정규전과 게릴라전을 병행했다"며 "시민단체와 교수들이 떼로 모여 '적폐 몰이' 선창을 하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고함과 욕설·폭언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직장은 물론 집까지 찾아가 감내하기 힘든 망신 주기로 '방송 장악'의 피날레를 장식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소위 '20년 집권론'을 부르짖었으니 '방송 장악 문건'은 가히 민주당의 '영구 집권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만하다고 정의 내린 언총은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강준만 교수는 그의 저서 '싸가지 없는 정치'에서 '왜 문재인은 늘 고구마처럼 침묵할까?'라고 질문했다"고 거론한 언총은 "강 교수의 말대로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말 또는 행동'으로 현실 정치에 수시로 개입하면서도, '방송 장악 문건'처럼 본인이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불법행위에 대해선 예의 그 숨 막히는 '고구마 침묵'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총은 "부디 이번만이라도 '남이 써준 것' 같지 않은, '영혼의 무게가 실린' 답변을 직접 하길 바란다"며 "△'방송 장악 문건'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인지 △'방송 장악 문건'이 '평등'과 '공정',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방송 장악 문건'의 최초 지시자와 기획자, 실행자는 누구인지 △YTN 경영진 교체 사건에 당시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은 없는지 등을 '방송 장악 문건'의 최종 책임자로서 답할 것"을 문 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