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반란세력 처벌 않은 푸틴… 그럴 능력 없었나반란 일으켜도 용서받을 수 있는 선례 남겨벨라루스로 망명한 프리고진 안위 불투명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무장반란으로 몰아세웠던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자취를 감춘 지 이틀 만에 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26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그룹은 7월1일 이후로는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이어 "러시아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고,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다만 프리고진은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TV연설을 통해 견해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발생 초기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직접 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벨라루스 망명을 조건으로 프리고진 및 바그너그룹 병사들의 처벌을 면제했다.

    프리고진이 군사를 철수한 것을 두고 러시아 국영언론 등은 사태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고 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반역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 그의 권위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스크바를 목전에 둔 프리고진의 무장반란을 저지할 만한 군사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실각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보리스 엘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모스크바신문 편집자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푸틴과 가까운 사람들이 내년 봄 (푸틴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도록 그를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 가능해졌다"고 멀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은 25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러시아에 전에 없던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그너그룹 같은 러시아 권력층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비관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는 것을 이 같은 평가의 근거로 들었다.

    블링컨 장관은 "16개월 전 푸틴은 키이우 문턱에 있었고, 며칠 안에 도시를 점령하고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우려 했었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용병들로부터 모스크바를 방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결국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자국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은 당장의 위협을 피했지만 더 많은 것을 잃었다"며 "프리고진과 그의 용병들이 처벌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강한 지도자로서 푸틴의 명성에 생채기를 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반란을 일으켜도 용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바그너그룹 무장반란의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합의가 어떻게 이행될지,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전적으로 이를 준수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