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열린 제57차 전원위… 여야 미묘한 입장 차與 "北에 사과 요구하는 것, 잘못된 일 아냐… 사과 받은 적 있다" 野 "단순히 구호 외치는 것, 무의미… 사과는 실현 가능성 없어"
  •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정상윤 기자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정상윤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6.25전쟁 중 남측에서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북한에 대해 정부가 사과를 요청해야 하는지 여부를 안건으로 21일 오후 제57차 전원위원회(전원위)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여야 위원들은 저마다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었다. 정부여당 측은 "북한은 만행을 인정하고 사과를 인정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야당 측은 "굳이 사과를 요구해야 하느냐"며 사안을 덮으려는 모습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진실화해위 여야 추천 위원들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측에선 이옥남 상임위원과 김웅기·장영수·차기환 비상임위원이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이상훈 상임위원과 오동석·이상희 비상임위원이 참여했다.

    안건의 쟁점은 희생자와 관련해 '북한 정권에게 사과 보상을 촉구하는 것이 옳은지', '정부 수립 이전 사건에 대해선 북한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여부였다. 

    이날 이옥남 위원은 "그간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정부는 성명을 전달하는 등 끊임없이 북한에 사과를 촉구했으나 요구대로 되지 않았다"며 "최소 이러한 요구는 유족들이 바라는 바고, 정부가 북한에 직접적인 사과를 촉구하는 것은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북한이 사과하겠냐'는 야당 측의 비웃음 섞인 반응에 대해 "연평해전을 포함해 서해 공무원 사건 때도 정부는 사과를 요구했었다"면서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전혀 가능성이 없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기 위원은 "1차적 가해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위원회에서 묻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국 상정안 논의가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면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장영수 위원은 '남북관계가 특별해 건드리지 말아야 된다'는 야당 측의 주장과 관련,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장 위원은 "인민군과 적대세력들이 저지른 행위는 계급투쟁에 따른 20세기 역사의 숙청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희생이 왜 초래되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두루뭉술한 평화교육이 아닌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차기환 위원 역시 "가해자가 군경인지, 북한 인민군인지 유족들 입장에선 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군경에 의해 희생된 분들이 진상규명을 통해 배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 인민군에 의해 희생된 분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 측의 이상희 위원은 권고안에 대해 "알맹이 빠진 사과가 아닌 공동체가 유족들을 어떻게 구제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이 위원은 "무고한 희생에 대해선 가슴 아픈 일로, 공동체가 다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북한에 보상을 요구하는데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지, 지방좌익에 의한 희생사건은 어떻게 보상 받을 것이냐"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조사국 권고안은 유족한테 도움도 안 되고, 그저 대한민국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훈 위원은 "지방좌익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들의 가해를 북한 정권에 묻는 건 맞지 않다"며 "조사의 사실관계에 기인해 가해주체를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구호 한번 외친다고 해서 실현될 가능성도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위원은 또 "왜 지금, 어차피 안될 것을 가지고 왜 지금 이걸 논의하자고 하는 것인가"라며 "사과하라고 한다면 그쪽에서 사과를 하겠냐"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실효성도 없는 안건인데, 이를 굳이 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회의 말미에 김광동 위원장은 사건의 역사적 책임 소재를 묻는 것과 관련, "사과의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살피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책임 문제에 대한 본질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1차적이든 직접적이든 간에 희생을 초래한 가해자에 대해 책임을 따지지 않고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며 "가해 주체가 불분명하더라도 북한의 가해 행위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가 사회적·국론적으로 분열을 낳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한편, 현행법(과거사정리법)과 유관 규정에 명시된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분야 조사 근거'에 따르면, 진실화해위가 여야 등 정치적 임명 배경과는 별개로 북한 당국과 그 동조세력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현행법상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