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안내견 '조이'와 26분간 점자 자료 짚어가며 대정부질의"장관님 나와주실 수 있나요?"… 권위적인 모습 찾아볼 수 없어"의원님, 한동훈 장관 나와 있습니다"… 국무위원 배려도 돋보여"국민이 재능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물 되어 달라"
  •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에 자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에 자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코이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cm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 주시기를 기대한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여느 대정부질문 때와는 달리 "잘한다"는 격려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연단에 올라 이 같은 마무리 발언을 한 뒤였다.

    김 의원은 안내견 '조이'와 함께 단상에 올라 약 26분간 점자 자료를 손으로 짚어가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을 했다.

    김 의원은 "저는 장애인 당사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발언대로 나와주실 수 있겠느냐"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명령하듯 국무위원을 발언대로 불러내는 다른 국회의원의 권위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이에 한 장관이 발언대로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의 배려도 돋보였다. 한 장관은 김 의원에게 답변할 준비가 됐음을 알리기 위해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장관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도 "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의원은 먼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 학대 피해자들이 겪는 피해와 관련해 질의했다.

    "발달장애인 학대 사건은 보통 공익단체 등의 고발을 통해 수사가 시작된다"고 전제한 김 의원은 "그러나 검수완박 결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없어져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하면 학대 사실 자체가 영원히 미궁으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김 의원의 지적에 공감하며 "장애인분들의 입장을 100%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모르는 부분이 많겠지만, 다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 의원님 같은 분께서 저희한테 많이 가르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에 자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에 자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후 김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발언대로 나와 주실 수 있느냐"고 정중히 요청했고, 한 총리 역시 "국무총리 발언대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장애인 관련 예산 확대와 정책방향 개선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 예산을 모두를 위한 예산으로 생각해주시기 바란다"며 "장애계가 요구하는 예산 증액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윤석열정부의 약자복지 핵심인 장애인정책을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환경에 따라 성장 정도가 달라지는 물고기 '코이'를 소개했다.

    "(코이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cm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라고 설명한 김 의원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진정한 여러분의 힘, 곧 국민의 힘 김예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답변해 주신 국무위원 여러분, 감사드리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일부 의원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발언을 마치고 '조이'와 자리로 돌아가는 김 의원에게 "잘했다" "멋있다" 등의 격려를 보내는 의원도 있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약자복지 문제 등을 주제로 감동적인 대정부질문을 했다"며 "김 의원에게 뜨거운 격려의 갈채를 보낸다. 김예지 의원은 단연 오늘 대정부질문의 주인공이자 최고였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의원들은 물론 국무의원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원내 입성 후 3년 만에 대정부질의에 나선 김 의원은 이번 대정부질문을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장 자신의 좌석에서 연단까지 몇 발자국인지 사전에 동선을 확인하고, 질의시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김 의원의 보좌진이 스마트 워치로 남은 시간 알림을 보내주는 등 원활한 진행을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