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년 이재명 대선 캠프 게임·메타버스특보단장 활동"당시 특보단 내에서 P2E 게임 수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한 명도 없어""그럼에도 이재명 후보는 유튜브 출연해 'P2E 금지는 쇄국정책' 발언""위믹스 코인 통해 게임머니 현금화 가능… 의원뿐 아니라 주변도 수상""국회 전방위 로비 있었을 것… 전수조사는 물론 검찰 현미경 조사 필요"
  • "도박이자 사기죠. 김남국 사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안 드시나요. 완전 도박판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에게 유리한…."

    지난 19일 오후 3시, 중앙대 서울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최근 '김남국 코인 게이트'와 관련 '도박'이라고 단언했다. 위 학회장은 영화 <타짜>를 예로 들었다. 원하는 순간 좋은 패는 자신에게, 불리한 패는 상대방에게 건네주는 '타짜들의 세계'가 바로 현재의 코인시장이라는 설명이었다.

    위 학회장은 "처음에 짜고 코인을 발행해 저렴한 가격에 산 뒤, 상장해 가격이 폭등하면 팔고 나와버리는 것이다. 도박판과 다름없다"며 "하지만 참여자들, 주요한 플레이어들에게는 고수익이 확실히 보장되면서 가장 안전하다. 증거도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코인 게이트'와 관련해 P2E 업계의 국회 로비설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위 학회장은 공교롭게도 김 의원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출신 인사다. 위 학회장은 2021~22년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게임·메타버스특보단장을 맡아 게임산업 및 가상화폐 등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하고, 점검하는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런 위 학회장이 최근 일련의 '위믹스 코인' 논란과 관련해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함께 활동했던 김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위 학회장은 "이번에 김남국 코인 게이트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며 "그래서 당시 대선 캠프 내부가 그 모양으로 엉망이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거 위 학회장이 이끌던 민주당 게임특보단은 당시 게임업계에서 큰 논란이었던 'P2E(Play To Earn) 합법화'에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P2E는 게임 유저가 사이버상에서 획득한 자원을 가상의 게임머니가 아닌, 현금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실세계에 실존해서는 안 될 사이버 머니가 코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실제로 통용되는 '화폐'가 되는 구조인 것이다. 국내 P2E를 대표하는 업체가 바로 위메이드이고, 이들이 발행한 코인이 위믹스다.

    우리나라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32조에 따라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처럼 게임으로 얻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게 되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1년 12월20일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는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P2E가 세계적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 없다.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정책 펼치는 꼴"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같은 해 12월23일 오전 5시20분까지 위믹스는 46.05%나 상승했다. 이미 민주당 게임특보단장에 위 학회장이 내정된 상태에서 P2E 게임의 위험성과 반대 의견도 이 대표 대선 캠프에 전달한 상태였다고 한다.
  •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 고스란히 대선후보의 입을 통해 나오자, 전문가들로 이뤄진 특보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위 학회장은 "당시 10여 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게임특보단에서 P2E 게임을 전면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입장을 당시 이재명 대선 캠프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그런데도 이 대표가 유튜브에 나와서 'P2E 금지는 쇄국정책'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 학회장은 "대선후보가 뱉은 말을 뒤집을 수가 없지 않나. 특보단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했다"면서 "특보단이 나서서 내부적으로 (이 대표) 측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고 빠르게 지난해 1월10일 출범식과 함께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P2E 게임에 대한 양비론을 갖추도록 했다"고 기억했다.

    특히 위 학회장은 당시 상황과 현재의 '김남국 코인 게이트'를 살펴본 결과 "김남국에게 놀아났다"는 평가를 내렸다. P2E 게임을 운영하는 위메이드,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 위믹스, 그 위믹스를 최대 60억원어치나 갖고 있었던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라는 점에서 김 의원이 업계의 로비 대상이었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해 2월7일 이재명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으면서 "이재명 펀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NFT(대체불가토큰)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의 선거펀드"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발언 이후 위믹스는 이틀 동안 27.3% 올랐다.

    위 학회장은 P2E 업계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위 학회장은 "저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대선이 끝나자 여야는 물론 국무조정실까지 나서서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법) 규제를 풀라고 요구하더라"라며 "P2E 업계의 국회 로비 소문은 게임업계와 학계에서 파다했는데, 계속 궁금하게 생각했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소문은 이번 '김남국 코인 게이트'를 보면 맞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위 학회장은 이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좌관이나 친인척들이 수상하다. 예전처럼 사과박스를 건네주는 로비가 아니라, UBS만 건네주면 끝난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인원들이 코인에 노출돼 있는 만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위 학회장은 그러면서 국회 전 인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와 함께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위 학회장은 "국회 인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코인 보유 유무, 경험 등을 물어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며 "본인의 응답이 추후 검찰 조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정계은퇴 등과 같은 각서를 받아 놓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바다이야기와 상품권, 현금 구조는 P2E와 위믹스, 현금이라는 구조와 똑같다"며 "돈을 벌기 위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빵셔틀'이나 '우유셔틀'에 이은 '게임셔틀'까지 나올 수 있다. 또한 심각한 사행성 조장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과거 바다이야기가 성인들을 도박에 빠뜨렸다면, P2E 게임은 청소년들까지 도박의 세계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게 위 학회장의 우려다. 

    하지만 위메이드 같은 P2E 운영회사들은 아무런 해결책 제시도 없이 현재의 게임법을 '규제'라고 지목하면서 '완화'만을 주문하고 있다고 위 학회장은 비판했다.

    위 학회장은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사(私)익과 공(公)익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사익만 있는 곳을 우리는 도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DBC)는 분명하게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나, P2E는 사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유럽연합(EU)의 미카(MiCA)처럼 코인 등 발행 시 허가제 도입, 백서 발행 등 정비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유럽의회가 마련한 암호화폐 규제안인 미카(Markets in Crypto-Assets)는 암호화폐 발행 및 거래 투명성, 암호화폐 공시 의무, 내부자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 요건 규제, 인증 및 관리·감독 등을 골자로 한다.

    EU의 27개 회원국에서 암호화폐·토큰·스테이블코인 등의 발행, 거래 및 보호 목적의 사업을 하려면 라이선스를 발급 받아야 한다. 2026년부터는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암호화폐 거래액과 관계없이 송금인과 수취인의 실명도 확보해야 한다. 이 법안은 오는 2024년 6월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