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 SNS에 '박원순 성추행' 관련 판결문 공개박원순, 피해자에 야한 문자… 속옷차림 사진 보내기도
  • ▲ 고(故)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지난 2020년 7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지난 2020년 7월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개봉을 앞둔 것과 관련해 피해자를 대리해 온 김재련 변호사가 당시 재판 기록들을 공개하며 2차 가해를 멈춰줄 것을 호소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2021년 1월1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제31 형사부 판결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는 2020.5.1.경부터 000정신과 병원에 내원하여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2020.11월경까지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며 "000정신과 병원에서 상담 및 치료를 받으면서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발생한 피해자의 직상상사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 말한 사실이 있고 이에 의하면 피해자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 법원의 000 병원 의사에 대한 문서제출명령회신결과 위 회신결과의 의하면 2020.5.15.경부터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고 박원순 시장 밑에서 근무한지 1년 반 이후부터 야한 문자, 속옷차림 사진 등을 보냈고, '냄새가 맡고 싶다', '오늘 몸매가 멋있다', '사진 보내달라' 등의 문자를 받았다, 00년 00월경 다른 부서로 이동하였는데 2020.2월경 'sex를 알려주겠다'고 하였고, 다음날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를 줄줄이 얘기하였다, 'sex를 알려주겠다, 만나자, 오겠다, 이제는 같은 부서가 아니니 들키지 않고 몰래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잖아'라고 하였다"고 덧붙였다.

    수사결과 확인된 사실관계에 대해선 "특보 갑이 2020.7.8. 23;00경 공관에서 기획비서관 등(비서실장 *은 불참함)과 함께 박원순 시장을 만나 '국회의원 0으로부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시민단체 00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자 박원순 시장이 '피해자와 4월 사건(별건 성폭력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시장은 2020.7.9. 10:44경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고, 같은 날 13:24경 특보 갑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라는 텔레그램을 보냈으며, 같은 날 13;39경 비서실장 *과 통화하면서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한 후 같은 날 15;39경 휴대전화 신호가 끊김"이라며 "텔레그램 내역 중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등 사망 전 박원순 시장의 심정을 나타내는 내용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 등 삭제흔적을 발견할 수 없음"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망인의 생각이 담긴 이 문장들이 많은 해석을 요구하는 난해한 문장들인가?"라며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객관적 자료들이 명백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가 지속된다면 징벌에 가까운 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또 다른 글에서 "가해자의 죽음을 가장 원통해 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라 피해자"라며 "피해자는 변호사 김재련을 만나기 하루 전날인 2020.5.11. 서울시청 과장인 모 상사와 (박원순 전 시장 가해 사실을 알리는) 카톡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는 살아있는 권력, 대권을 꿈꾸는 3선 시장이 재임하는 기간 중에 서울시청의 과장에게 시장으로부터 입은 성폭력의 구체적 내용을 문자로 알리며 고통을 호소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의 성폭력에 대해 고소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지지자들을 두고 있는 권력자 박원순이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는 문자다'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라며 "피해자가 가해자의 무책임한 죽음에 대해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가해자가 스스로 포기한 방어권"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9일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사건을 6개월간 조사한 국가인권위는 2021년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씨가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지난 2일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포스터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는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부터 사망까지를 다룬 책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