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하나씩 구체적 결과 내겠다'는 3월 약속 이행 중""일본 식민 노동자인 원폭 피해자 참배, 진정성 있는 모습""한국민에 악영향 주는 방출 인정 않겠다며 후쿠시마 시찰 수용"
  • ▲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9일 오후 국립외교원이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외교타운에서 개최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테이블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립외교원 제공
    ▲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9일 오후 국립외교원이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외교타운에서 개최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테이블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립외교원 제공
    한일관계 전문가인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과거사 언급'을 "일본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치지 않은 의사표시였지만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온 정치적 결단이었고,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이날 오후 국립외교원이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외교타운에서 개최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한일관계' 라운드테이블에서 개회사를 통해 "일부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기시다 총리로서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했기 때문에 과거사 언급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과거사 언급을 두고 국내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기시다 총리 개인적 심정일 뿐"이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명확히 말씀드렸다. 이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저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박 원장은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문법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고 본인의 정치적 결단의 결과임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한 것"이라며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표현한 것은 우리 측에서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박 원장은 "한국에서는 담대하고 통 큰, 빨리 진전시켜려는 기대가 매우 크다. 그렇지만 일본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봤을 때 기시다 총리형(形)의 정치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이러한 평가의 근거로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언급을 비롯해 ▲현충원 방문 ▲히로시마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 공동 참배 ▲후쿠시마에 한국 시찰단 수용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도 양국에서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는 기시다 총리의 지난 3·16 한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답변을 언급하며 "많은 분이 이 발언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그러한 약속을 차근차근 이행해나가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당시 기시다 총리의 답변은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아울러 박 원장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 도착 후 첫 방문지로 현충원을 택한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순국선열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사람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모셔진 자리에 경의를 표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주목돼야 할 상징적인 정치행위"라며 "일본 총리로서 결단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또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에 함께 참배하는 것은 처음이다. 2만여 명에 가까운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해 행동으로 위로의 마음을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상당수는 식민지배하에서 일본에 노동자로 갔던 분인데, 그들이 피해를 당했던 현장을 목도한다는 것은 당연히 평가받아야 할 진정성이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원장은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에 대한 한국민의 우려와 불안감에 공감을 표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국제 검증에 더해 한국 전문가를 현지 실사단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더구나 기시다 총리는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성격의 방출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것은 한국민에 대한 의미 있는 배려"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한국 측의 담대한 결단이 일본의 선순환적인 결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점차 개선되는 한일관계의 최종 수혜자는 말할 나위도 없이 양국 국민들이다. 일부 시민사회나 반대의 목소리가 큰 사람들뿐만 아니고 일반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리는 한일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