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변론' 다큐 7월 개봉… 예고편엔 "피해자, 비서로서 자부심 느꼈다"'문재인' '조국'과 마찬가지로 크라우드펀딩… 후원금 2억원 웃돌아"피해자 '정신적 고통' 우려"… 김재련 변호사 "박원순 행동 조명해야"
  •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포스터와 예고편 영상의 일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포스터와 예고편 영상의 일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여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첫 변론' 포스터를 공개하며 영화 개봉이 임박했다고 알렸다.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문제의 다큐멘터리는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쓴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책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부터 사망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은 2021년 출간 직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옹호한 내용을 담아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책의 논조는 다큐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영화 '첫 변론'은 다큐 형식임에도 자료화면과 측근 인터뷰 위주로 유리하게 편집됐고, 특정 정치인을 미화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1분30초 분량의 예고편에는 "당사자가 더이상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좌파 성향 매체 기자의 주장이 담겼다. 또 "(비서가) 비서실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는 김주명 전 서울시장비서실장의 일방적 주장도 포함됐다. 

    강진구 더탐사 대표는 영상에서 "어느 순간부터 자그마한 의문 제기를 모두 2차 가해로 내몬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미투 계엄령이 발동된 상황"이라고 반응했다. 예고편 말미에서 제작진은 "저희는 박원순을 믿는다. 여러분들도 그러시리라 믿는다. 후원회원으로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 ▲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첫 변론'이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첫 변론'이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문재인·조국 다큐와 판박이… 수익구조는 '강력한 팬덤'

    '첫 변론'은 지난해 개봉한 '그대가 조국', 오는 10일 개봉하는 '문재인입니다' 등과 같이 후원금을 보태 제작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열흘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약 14억8782만원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10만원을 후원하면 시사회 티켓과 DVD 등을 선물로 받으며, 엔딩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표기할 수 있다. '10만원 후원'에 참여한 사람은 3579명으로 집계됐다.

    '그대가 조국' 역시 펀딩으로 26억1091만원을 모았는데, 33만 관객을 동원해 약 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첫 변론' 다큐 제작을 맡은 제작진도 지난달 7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후원금 모금 현황을 알렸다. 

    제작진은 "하루도 안 돼 후원금액이 1억원을 돌파했다"며 "현재까지 4000여 명이 후원에 참여해 2억원 넘게 모금됐다"고 밝혔다.

    김대현 감독은 제작 동기로 "'비극의 탄생'을 보고 다큐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호사 시절이었던 1993년 '우 조교 사건'의 변론을 맡아 한국 페미니즘 시작 지점에 나섰던 박원순이라는 분을 이렇게 퇴장하게 둘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 ▲ 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2020년 7월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2020년 7월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진보 진영 다큐 영상 제작, '정치적 자산' 활용 의도"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문제의 다큐와 관련 "영화가 제작 중이라 아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추측하건대 박원순 전 시장 지지자들이 만들었기에 왜곡된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박 전 시장의 다큐라고 한다면 그의 무책임한 행동과 발언, 인권위의 결정도 제대로 조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왜곡된 내용이 전파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영화가 개봉하면 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뇨"라며 짧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다큐 제작을 두고 "존경할 만한 인물을 기리는 목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은 논란이 있는 인물인 만큼 제작 의도에 정치적인 수가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조국 전 장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다큐 영상 등이 계속 제작되는 것은 진보 진영의 전통으로 보인다"며 "그들만의 공감대를 확산해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면서 "다만 (박원순 전 시장처럼) 특정 정치인의 죽음을 극화하고 미화할 가치가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9일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사건을 6개월간 조사한 국가인권위는 2021년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씨가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