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대북 저자세 탈피… '북핵 억제력 강화' 명문화징용문제 돌파구, 셔틀외교 재개… 한일 군사정보협정도 정상화한·미·일 삼각동맹 업그레이드… 국제연대 강화, 경제동맹으로 확대대중·대러관계 설정은 숙제… "전후 재건 때 한국 역할 기대"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 외교·안보정책이 한미동맹 강화 및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우방국'과의 선순환 외교로 무르익는 모습이다.

    이른바 '중국몽'과 '대북 저자세 외교'로 비판받는 전임 문재인정부의 외교 지형에서 탈피해 한미, 한일, 한·미·일 외교를 정상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8일 윤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윤석열'에서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의 약속, 취임 1주년'이라는 제목의 특집 영상을 통해 "지난 1년 대한민국은 바뀌고 있다"며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를 견고히 하며 가짜 평화가 아닌 진정한 평화를 바로 세우고 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외교·안보분야에서 고도화하는 북핵 및 글로벌 위기에 맞서 한미동맹과 한일관계 정상화,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까지만 해도 북핵 위협과 관련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대북 유화적 수사는 지난 1년간 북한이 도리어 핵무력 강화를 선언하는 등 우리 영토뿐만 아니라 역내 안보를 위협하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5년 임기 내내 '대북 저자세' 외교로 일관했다는 문재인정부와 달리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따라 대북 억제력 강화에 주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취임 후 첫 순방으로 스페인을 방문했을 당시 한·미·일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한·미·일 정상이 만난 것은 문재인정부 시절 이후 5년여 만이었다.

    한·미·일 정상은 또한 지난해 1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자 회담을 다시 열고 3국 간 안보공조 강화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정상은 북한 미사일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나아가 윤 대통령은 올 초 연쇄적으로 가진 외신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을 더 튼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천명했으며 "(북핵 연쇄 도발에는) 결국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간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내의 불리한 여론에도 한일관계 개선에 곧바로 착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국내기업이 피해자 측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징용문제 해법을 발표하면서 일본 측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열흘 뒤인 지난 3월16일에는 한일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하며 한일 '셔틀외교'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이명박정부 시절 이후 12년 만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윤 대통령의 방일 52일 만인 지난 7일 답방으로 서울을 방문하면서 셔틀외교는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우리 정부의 징용 해법에 '호응 조치'에 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진 '워싱턴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이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 재지정했고 양국 간 수출규제는 철회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제기했던 WTO 제소를 철회했다.

    또한 한일 양 정상이 문재인정부 시절 폐기 위험까지 갔었던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양국 간 경제·안보협력은 확대 국면으로 돌아섰다.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
    윤석열정부는 또한 가시화하는 미·중 패권경쟁과 글로벌 안보·공급망 위기 속에서 전임 정부의 모호한 외교적 태도를 벗어나 '전략적 명확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유주의적 보편가치에 기반을 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 견해를 분명히 하며 '결연한 연대와 대응'을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외교 방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발 경제 및 공급망 타격이 예상되자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안보에서 경제·첨단과학기술 분야로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선언'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명문화했고 이에 따라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미 양 정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관한 국내기업의 우려와 관련해서도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긴밀의 협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27일(현지시간) 개최한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SCCD)를 통해 IRA·반도체법 이행 과정에서 국내기업의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다만 한·미·일 3각 공조가 더욱 견고해지는 데 비해 중·러와 관계 설정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윤 대통령이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양안 갈등과 관련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 견해를 분명히 하자 "불장난하면 불타 죽는다"는 신경질적 반응을 내보였다.

    러시아도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분쟁 개입"이라고 경고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윤석열정부의 대중·대러정책은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언급했다.

    주 교수는 "중국도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어 일본을 포함해 서구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며 "군사안보·경제적 국익 측면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중 경제 무역규모를 고려했을 때 중국의 경제 상황을 우리가 활용하고 편승할 수 있는 방안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또 "러시아의 경우, 우리 정부가 글로벌 자유연대에서 이탈할 필요는 없으나 러시아가 추후 전쟁을 끝내고 재건할 때 우리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