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00만 달러; 박연차→ 정승영→ 정상문→ 권양숙② 40만 달러; 박연차→ 정상문→ 임웡→ 권양숙③ 500만 달러; 박연차→ 노건호·연철호 송금④ 노무현재단은 ①만 인정… ②는 부인, ③은 침묵이인규 "권양숙이 2007년 '노건호 집값' 100만 달러 요구… 노무현 웃으며 끄덕""몇달 뒤 정상문이 40만 달러 요구… 500만 달러는 노건호·연철호에 별도 송금"
  •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 그해 9월22일 추가로 홍콩에 있는 임윙 계좌로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박 회장의 진술 등 각종 증거를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공모, 아들 노건호의 미국 주택 구입자금 명목으로 140만 달러를 수수(收受)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008년 2월22일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아들 노건호,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았고, 노건호 등이 이를 사용한 것은 다툼이 없다. 이 돈은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환경재단 출연금 50억원을 500만 달러로 쳐서 노건호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준 뇌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관련 사건의 최종 상황을 위와 같이 요약했다.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회고록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권양숙 여사의 요구로 2007년 6월29일 정승영 당시 정산개발 대표를 통해 청와대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100만 달러를 전달했다. 같은 해 9월22일에는 권 여사를 대리해 찾아온 정 전 비서관의 요청으로 40만 달러를 '임웡'(노 전 대통령 자녀에게 미국 주택을 판 홍콩계 미국인)의 계좌로 입금했다.

    이와 별개로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와 조카사위 연철호에게 500만 달러를 2008년 2월22일 송금했다.

    노무현재단 측은 그러나 지난 3월17일 이 전 부장 회고록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재단은 "박연차 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단은 "권양숙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정상문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재단은 총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중에서 100만 달러만 인정하고, 40만 달러는 부인, 500만 달러와 관련해서는 침묵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지난 3월20일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북스' 특별 생방송에서 "재단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정도로 의미 있는 3가지 정도를 정리했고, 나머지는 사실 여부를 다툴 만한 가치조차 없다"며 두루뭉술 넘겼다.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었다. 사실관계를 한쪽이 왜곡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진실이 궁금했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한 끝에 미국 현지에 체류 중인 이 전 부장과 연락이 닿았다. 

    "그 책에는 허위사실이 하나도 없다."

    2일 이 전 부장은 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책(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에는 허위사실이 하나도 없고 사실만 썼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장은 "역사와 국민들 앞에 '숙제'를 한 느낌이다. 누군가는 했어야 할 것이 아닌가"라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사실이 아닌 것들에 대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적나라하게 썼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1차로 100만 달러, 2차로 40만 달러… 盧 빼고 모두 인정"

    이 전 부장은 노무현재단이 '140만 달러 수수'를 부인하는 것과 관련 "잘 이해가 안 간다. 다 확인한 내용인데, 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 전 부장은 "그것을 왜 부인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공소시효도 끝났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없다)"이라며 "100만 달러는 정상문도 인정했고, 40만 달러는 별도로 송금된 돈인데, (노 전 대통령 측) 말이 바뀌지 않았나. 처음에는 100만 달러를 생활비로 빌렸다고 했다가, 조사 받은 뒤에는 미국 집 구매 명목으로 빌렸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회고록을 살펴보면 박 전 회장은 2007년 봄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전 대통령, 권 여사, 정 전 비서관과 만찬을 함께했다. 

    박 전 회장은 식사 도중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 중인데 낡은 아파트에서 월세로 산다. 대통령의 아들이 세를 얻어 사는 것도 뭣한데 아래층에 사는 사람의 항의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뛰어다니지도 못한다. 집을 사 주려면 10억원 정도 든다는데 걱정"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 ▲ 지난해 9월23일 개최된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개관식에서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림을 들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9월23일 개최된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개관식에서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림을 들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박 전 회장은 "청와대 관저로 자신만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이유가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을 위해 집을 사는 데 도와 달라고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10억원이면 되겠습니까?"라고 권 여사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권 여사는 "그래도 되나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들으면서 겸연쩍게 웃으며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 박 전 회장의 검찰 진술이다.

    박 전 회장은 그해 6월 하순께 노 전 대통령이 전화로 "미국에 건호 집을 사 줘야 하는데 100만 불만 도와 주면 고맙겠다. 정상문 총무비서관과 상의해서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고 나서 정 전 비서관이 전화로 "어른께 얘기 들었는데, 도와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6월30일 출국 예정이니 날짜를 꼭 지켜 달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회고록은 박 전 회장 지시를 받은 정 전 대표가 직원 130여 명을 동원해 김해 시내 경남은행 등에서 100만 달러를 환전했고, 6월29일 청와대에서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평소 잘 알고 있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해 9월 중순, 정 전 비서관은 서울 동대문구 국정원 부속기관에서 대통령 북한 방문 시 특별수행원으로 따라가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박 전 회장을 찾아왔다. 

    정 전 비서관은 "어른이 미국에 집 사는 데 돈이 부족하니 40만 달러만 더 보내 주면 고맙겠다고 하신다"며 '임웡'의 홍콩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고 박 전 회장은 진술했다. 이는 그해 여름 100만 달러와는 별개의 돈이다.

    박 전 회장은 "청와대에서 대북 경협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나를 수행원으로 선발해 주어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당시 기분과 감정을 검찰 조사에 언급했다. 그리고 실제로 9월22일 자신의 홍콩 JS Global 계좌에서 쪽지에 적힌 임웡의 계좌로 40만 달러를 송금했다.

    임웡은 미국 뉴저지의 한 아파트를 소유한 인물로,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정연과 주택 매매계약을 한 사람이다. 이 전 부장은 회고록에서 임웡에게 전달된 4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의 미국 주택 매매대금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회고록은 노정연이 평소 알고 지내던 경연희를 통해 임웡을 소개 받았는데, 추후 노정연은 임웡과 계약을 해제하는 대신 경연희와 새로운 주택 매매계약을 하면서 이면계약을 했다고 한다. 220만 달러에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소유권 명의는 2년경 경연희로 하되, 모든 권리는 노정연이 행사하며, 2008년 10월5일 노정연에게 소유권 증서를 넘겨 주기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권 여사는 2009년 1월10일 사람을 보내 과천시 비닐하우스에서 경연희의 부탁을 받은 이모 씨에게 미국 주택 매매대금으로 현금 13억원(100만 달러 상당)이 든 사과박스 7개를 전달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140만 달러와는 별도로 매매대금 13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회고록은 밝혔다.

    회고록은 "권양숙·노건호·노정연·정상문·김만복(전 국가정보원장)·박연차 등 노 전 대통령 주변인물들은 모두 미국 주택 구입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만 모른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회고록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의 묵인하에 미국 주택 구입자금으로 140만 달러를 주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140만 달러와 관련 "박 전 회장은 일관되게 미국 주택 구입자금으로 대가 없이 준 것"이라고 진술한 반면,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 정 전 비서권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100만 달러에 대한 차용증도 없으며, 노 전 대통령 공직자 재산등록 신고 시 채무로 신고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회고록은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공모해 박 회장으로부터 아들 노건호의 미국 주택 구입자금 명목으로 140만 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아빠 찬스로 500만 달러 지원… "뇌물로 봐야"

    회고록에는 140만 달러와 별개로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와 조카사위인 연철호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송금 받았으며, 노건호 등이 이를 사용한 것은 다툼이 없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 

    "500만 달러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김해 봉하마을 환경사업재단을 위한 출연금 50억원을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500만 달러로 쳐서 노건호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준 뇌물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적혀 있다.

    2008년 2월22일 박 전 회장의 'UBS 홍콩 PB센터 JS Global Investment Ltd.' 계좌에서 연철호가 개설한 'HSBC Tanado Investment Ltd.' 계좌로 500만 달러가 송금됐다는 내용이 검찰의 수사 결과라고 회고록은 밝히고 있다.
  • ▲ 지난 2020년 8월1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개최된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헌화ㆍ분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20년 8월1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개최된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헌화ㆍ분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30일 검찰 조사에서 "노건호·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투자 자금으로 5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퇴임 후 알게 됐으며, 그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연철호·노건호 등이 정상문 비서관의 소개로 박연차 회장을 찾아가 그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고록은 "박 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 및 압수물 등에 의해 500만 달러는 투자가 아니라 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노 전 대통령이 아니면 박 회장이 노건호·연철호에게 500만 달러라는 큰 돈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명시했다.

    "盧에 50억 지원 못하자 子에 500만 달러"

    2007년 8월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김해 화포천 환경사업 등에 50억원을 지원하기 위해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정상문 전 비서관, 강금원 당시 창신섬유 회장 등과 만나 환경사업을 위한 재단 설립을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박 전 회장은 홍콩에 있는 500만 달러를 재단 설립 비용으로 쓰기로 했는데, 강 회장이 부정한 돈은 싫다고 거절해 결국 금전적 지원은 무산됐다. 

    이후 강 회장은 홀로 70억원을 들여 주식회사 '봉화'를 설립했다. 봉화는 2008년 5월23일 경남 김해의 봉하연립주택 14가구 전체를 37억원에 사들인 뒤 2010년 8월1일 재단법인 '아름다운봉하(이사장 권양숙)'에 넘겼고, 2011년 1월20일 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의했다.

    50억원 지원이 무산된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숙원사업인 베트남 화력발전사업 추진에 노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게 됐다고 한다. 박 전 회장은 2006년 11월부터 베트남에서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는데, 베트남 총리실로부터 2차례나 사업을 거절당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2007년 11월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농득마인'이 방한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정 전 비서관 등을 통해 한·베트남 정상회담 개최 직전 태광실업의 베트남 화력발전사업 진출 건을 회담 안건에 포함시켰다.

    이어 11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베트남 환영만찬에 참석한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 "제가 베트남에서 화력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당서기장에게 잘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번 약속한 것은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박 전 회장은 베트남 당서기장인 '농득마인'은 만찬 다음날인 11월15일 오후 신라호텔 2229호에서 만난 박 전 회장에게 "대통령이 당신을 절친한 친구라고 하면서, 태광실업의 화력발전소 사업을 잘 도와 달라고 부탁하더라"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한·베트남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난 3개월 뒤인 2008년 2월, 박 전 회장은 베트남 총리로부터 "태광이 남딘성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 받았다고 회고록은 적었다.

    "500만 달러, 투자금이라는데 계약서도 없어"

    이보다 조금 앞선 2007년 12월 초순께,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애들이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지난번 도와 주기로 한 것 지금 도와 줄 수 있겠습니까? 정 비서관과 상의해서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연철호와 그의 친구 정모 씨가 먼저 박 전 회장을 찾아와 자신들의 사업계획을 설명했는데, 이를 검토한 최규성 태광실업 전무가 "문제가 많다"고 보고하자 일단 이들을 돌려보냈다는 것이 박 전 회장의 기억이다.

    그러나 약 한 달 뒤인 2008년 1월 초순께, 이번에는 노건호까지 총 3명이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던 박 전 회장을 찾아왔고, 박 전 회장에게 "사업자금으로 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달 뒤인 2월에는 최 전무에게 투자를 독촉했다고 한다.
  • ▲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진행된 오픈 기념 강연(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에서 정지아 작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진행된 오픈 기념 강연(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에서 정지아 작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무는 노건호 등의 사업이 "탐탁지 않다"며 불신했으나, 박 전 회장은 "어차피 주기로 한 돈인데 따지지 말고 송금하라"고 지시했고, 최 전무는 2008년 2월22일 박 전 회장의 홍콩 계좌에서 500만 달러를 연철호가 개설한 'HSBC Tanado Investment Ltd.' 계좌로 송금했다. 

    이체된 500만 달러는 다시 '엘리쉬앤파트너즈(지분 노건호 5 : 연철호 4 : 정모 씨 1)' 계좌로 150만 달러, '맥스앤마이티' 계좌로 111만1111달러 등 분산됐다.

    특히 엘리쉬파트너즈 계좌로 송금된 돈은 노건호가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프로그램 '노하우 2000'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만든 회사인 '오르고스'에 25만 달러, 그밖에 노건호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팔브릿지' 등에 수십만 달러가 투자됐다고 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당시 돈을 송금한 최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투자 대상이나 지분·이익 배분, 투자 기간, 투자 회수 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계약서도 없다. 노건호 등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대가 없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최 전무는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아니면 박 회장이 사업 경험도 없는 노건호·연철호에게 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줄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과 무슨 이야기가 있어 돈을 송금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건호 역시 자신이 대통령 아들이 아니었으면 박 회장이 500만 달러를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검찰에 밝혔다. 노건호·연철호와 함께 박 전 회장을 찾아간 친구 정모 씨도 "노건호가 대통령 아들이 아니면 이뤄지기 어려운 투자였다고 고백했다"고 회고록은 서술했다.

    이 전 부장은 "500만 달러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김해 봉하마을 환경사업재단을 위한 출연금 50억원을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500만 달러로 쳐서 노건호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준 뇌물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盧 살아계셨다면 기소했을 것… 유죄 확신했다"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던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기소했었을 것"이라며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전 부장은 "2009년 4월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서 조사했을 때는 이미 검찰이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면서 "그날 미국 finCEN(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 단속 네트워크)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가족의 주택 매매 관련 내용이 와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 전 부장은 그러면서 책이 출판된 이후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사자명예훼손은 사실이 아니어야 하는데, 내가 말한 사실은 수사기록에 있는 내용"이라며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말한 부분 중에서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 이야기를 못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 전 부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던진 사실과 다른 발언들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전 부장은 "유시민 씨는 본인이 생각하고 (말하고) 하는 것 다 좋은데, 팩트가 아닌 거짓말을 하지 않았나"라며 "과거 방송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이 '논두렁시계를 망치로 깨버렸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진술에서 시계를 깨버렸다고 진술하지 않고 '내다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럼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전 이사장은 2017년 11월16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인, 4월20일쯤 (봉하마을에) 갔을 때인데 (그때) 들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뒤늦게 시계의 존재를 알고 권양숙 여사에게 크게 화를 낸 뒤 시계를 망치로 깨서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시점은 이보다 10일 전쯤인 4월30일이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15억원이라는 돈을 빌렸던 분"이라며 "그런 사람이 명품시계를 망치로 깨겠는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2008년 3월20일 박 전 회장으로부터 이자 연 7%, 변제기 2009년 3월19일로 해서 15억원을 빌렸다. 차용증까지 작성했다. 이는 양측 모두 인정한 내용이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그는 '운명'에서 자기가 옛날에 한 말을 뒤집어가며 검찰을 공격한 사람"이라며 "그때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새로 수사 문제가 생긴다. (그때는) 가족들이 다 연관돼 있어 공소시효가 남아있지 않나"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검찰에는) 언론을 통한 모욕 주기와 압박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 등의 표현을 썼다. 이 역시 "검찰을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다.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직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바 있다.

    이 전 부장은 "돌아가신 분을 폄하하거나 그런 의도였다면 계속 한국에 남아서 군불을 땠을 텐데, 나는 정치도, 공직도 할 생각이 없다"며 "책을 평가하는 것은 국민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사기록은 그렇게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평가는 읽으시거나 이를 연구하는 분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의 발언·회고록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노무현재단 측에도 연락을 했다.

    노무현재단 측은 그러나 "설명해드릴 필요가 없고 팩트를 확인드려야 할 이유도 없다"며, 입장은 보도자료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유시민의 알릴레오 '이인규 글로리'편에서 언급했듯,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