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감청' 혼선 키운 대통령실… 尹 지지율, 2.8%p 하락한 33.6%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발표됐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성인남녀 2506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33.6%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2.8%p 떨어진 수치다.

부정평가는 63.4%로 직전 조사보다 2.4%p 상승했다. 3월 1주차 조사에서 42.9%를 보이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지율은 불과 한 달여 만에 9.3%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3주차(32.9%)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긍정평가는 70대 이상(2.1%p), 가정주부(4.2%p), 학생(4.4%p) 등에서 상승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서울(6.5%p), 광주·전라(5.4%p), 대구·경북(3.1%p), 60대(7.9%p), 30대(7.2%p), 50대(3.1%p) 등에서 상승했다.

정치성향별로는 보수층(4.2%p), 진보층(2.6%p), 중도층(2.2%p) 모두에서 부정평가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3·1절부터 이어온 대일 이슈는 수면 아래 가라앉은 가운데 뉴욕타임스 발 미 중앙정보국(CIA) 도·감청 의혹이 배턴을 이어받으며 연이은 외교·안보분야 이슈가 정국을 강타했다"면서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 발언 등 한미 간 발표 혼선과 국민적 자존심이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보도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라는 등 공식 견해를 표명하며 적극 대응했지만 도리어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0%p 하락해 27%를 기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심에 대해서는 늘 귀를 열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여론조사가 오차의 범위가 넘게 틀리면 어떤 조사를 믿어야 되는지 굉장히 의구심이 가는 경우가 많고, 표본 추출이라든지 질문지 구성이라든지, 과학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 의문성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고할 경우도 있고 참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1%p 하락한 33.9%, 더불어민주당은 2.9%p 상승한 48.8%의 지지율을 보였다. 정의당은 0.3%p 하락한 3.4%, 기타 정당과 무당층은 각각 1.8%와 12.2%를 보였다.

배 위원은 "도·감청 이슈와 국민의힘 내홍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모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증거·정황들이 속속 보도를 타 이번주부터 '이재명 리스크'가 이정근에게로 옮 겨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얼미터의 조사는 무선 97%·유선 3%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무선 95%·유선5%)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