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ICBM, 화성-18형… 표준방식 + 고각방식 섞어서 발사" 주장사거리 1만km 넘는 ICBM… 정상각도로 쏘면 美 본토 공격할 수 있어중간에 방향 바꾸는 최신 조종 방식 'GEMS'… 이번 ICBM에 적용 가능성
  • ▲ 지난 13일 북한이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 지난 13일 북한이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3일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8형' 시험발사 과정에서 1차 추진체를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로 설정해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본토를 향한 미사일 발사에 해당해, 도발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화성-18형'의 유도조종방식으로는 미 해군의 전략핵무기인 '트라이던트 II D5'와 같은 '에너지관리유도조종방식'(GEMS, Generalized Energy Management Steering)'이 적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시행된 '화성-18형' 시험발사와 관련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 발동기들의 성능과 단 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며 "주변국가들의 안전과 령내 비행 중 다계단 분리의 안전성을 고려하여 1계단은 표준탄도비행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 분리시동방식으로 미싸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한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 발동기'는 고체연료 미사일 추진체들을 의미한다. ICBM급 미사일은 5500km 이상 비행하기 때문에 추진력의 지속이 필요한데, 단 분리를 통해 무게를 줄이면서 부족한 힘을 얻는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시험발사로 고체연료 추진체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는지, 첫 번째 단 분리 이후 2차 추진체가 재점화돼 비행했는지, 추가 단 분리가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화성-18형'은 2차례의 단 분리가 이뤄졌으며, 1차 추진체는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 앞 10km 해상에, 2차 추진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km 해상에 낙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특히 북한은 1차 추진체를 '표준탄도비행방식'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최초 발사할 때는 정상각도로 '화성-18형'을 발사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ICBM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정상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해왔다.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만km 이상, '화성-17형'은 1만3000km 이상으로,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미국 본토까지 닿는다.

    추론할 수 있는 점은 '화성-18형'에 젬스(GEMS) 방식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젬스'는 탄도미사일에 적용되는 최신 유도조종기술이다. 미국의 종말급 무기로 불리는 '트라이던트 II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러시아제 토폴-M과 같은 최신 ICBM에 쓰인다. 목표 설정과 함께 미사일이 발사되면 연료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비행하기 때문에 사거리가 길며, 방향을 틀 수도 있어 요격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ICBM은 공중으로 쏘아 올려진 뒤 최고점에서 탄두가 분리되면서 포물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탄도비행'을 하는 특징이 있다. 추진체들은 정확한 궤도의 탄도비행을 위해 알맞은 연료를 주입한 채 발사된다. 발사 이후 단 분리가 이뤄져야 할 지점에 다다르면 연료가 남아 있더라도 추진체들은 분리된다.
  • ▲ 김정은과 김주애 등이 지난 13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은과 김주애 등이 지난 13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GEMS는 가장 마지막 단계인 탄두 분리가 이뤄지기 전까지 추진체가 여러 방향으로 비행하면서 남은 연료를 모두 소진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연료를 얼마나 넣었는지에 따라 비행거리가 달라지고, 이를 상대하는 적으로서는 요격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우리나라의 3축 체계 중 '킬체인(Kill-Chain)'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이 최신 유도기술인 GEMS를 '화성-18형'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탄도미사일은 최초에 정해진 궤도만 따라 비행하는 델타유도방식에서 시작돼 어떤 방향으로 쏘더라도 목표지점까지 유도되는 방식으로 발전됐고, 최근에 GEMS까지 개발됐다"며 "미국과 러시아도 GEMS를 미사일에 적용하고 있는데, 북한도 이런 방식의 장점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화성-18형'에 적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 '화성-18형' 시험발사를 두고 "지금까지 시험발사한 체계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탄도미사일"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화성-18형'은 ICBM 최초로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공중에서 엔진이 점화되는 방식이다.  '화성-17형'처럼 발사 순간 엔진이 점화되는 '핫 론치(hot launch)' 방식과는 다르다.

    고체연료 엔진은 엑체보다 순간추력이 강하기 때문에 TEL에서 발사하면 그 충격에 의해 TEL이 손상될 수 있다. 이에 북한이 콜드 론치 방식으로 '화성-18형'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화성-18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리설주·김주애는 물론, 여동생인 김여정과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이 터널처럼 생긴 공간에서 '화성-18형'을 지켜보는 모습도 공개됐다.
  • ▲ 지난 13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현장을 찾은 김정은과 리설주, 김주애와 김여정. ⓒ연합뉴스
    ▲ 지난 13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현장을 찾은 김정은과 리설주, 김주애와 김여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