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대통령실 이전 추진되면서 대형 보안 사고 발생했다"與 "사실관계 확인 안 됐는데…野, 尹 방미 앞두고 정치 공세"
  •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여야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보국(CIA)이 한국 등 동맹국을 도·감청했다는 의혹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인해 보안이 뚫렸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구체적 사실확인이 안됐다며 공세를 펼칠 때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대통령실 이전 '대형 보안 사고' 공세

    야당 간사인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결국 대통령실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우려한 대형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을 도·감청 사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로 드러났다"며 "특히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인 김성한 전 안보실장과 미국의 우크라이나 폭탄 지원 방안 대화가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지난 8일(현지시각) CIA 기밀 문건이 온라인상에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문제에 대해 나눈 대화도 유출된 문건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유출 문건에는 한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영국·튀르키예·프랑스 등 미국 우방국 정부를 도·감청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11일 공지를 통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부 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도·감청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도 없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식의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며 "이는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핵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도·감청 의혹을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대정부 공세를 이어갔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금 다뤄야 할 외교 현안이라는 게 가벼운 일이냐, 매우 중대한 사건이 터졌다"며 "한미정상회담은 시작도 안 하고 가지도 않았는데, 지금 코뼈가 부러졌다"고 빗댔다.

    與 "이전으로 인한 보안 사고? 대통령실, 본래 군사시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도·감청 의혹을 고리로 대통령실 이전을 향한 공세를 퍼붓자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이었다"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먼저 도·감청 의혹 및 기밀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이 분명히 해당 문건 상당수가 날조됐다고 발표했다"며 "이게 확인된 게 아니고 다 거짓말이라는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보안 공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자꾸 대통령실 이전을 갖다가 거는 데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이었고,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고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말 국빈 방미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거(도·감청 의혹) 가지고 들고 올라서 이렇게 (정치 공세)하는 다른 나라 예가 있나"라며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이 아직 안 됐는데, 그런 보도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이렇게 정치공세로 삼는 나라 있나"라고 비판했다.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NTY가 CIA 기밀 추정 문건을 보도한 이후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은 보도 속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프랑스군은 없다"며 "인용된 문서는 프랑스군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출처가 불분명한 문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문건 내용과 관련 "근거가 전혀 없는 허위"라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NYT가 보도한 도·감청 의혹과 관련 "지금은 사실확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성을 가지고 보고 있고,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전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며 "지금 미국 정부 관련 기관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한국과 공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