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윗옷에 베이지색 바지… 동화사 의현 큰스님과 오찬"다시 하이소, 억울해서 못삽니데이" 지지자들 외치자朴, 손 흔들고 말없이 미소… 유영하 "정치적 해석 말길"
  •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해 대구시 달성군 사저에 입주한 뒤 잠행을 이어온 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공개적인 외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대구시 동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았다. 흰색 윗옷과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동화사 설법전 앞에서 의현 큰스님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이후 통일대불 쪽으로 이동한 박 전 대통령은 합장하고 분향한 후 20여 분간 의현 큰스님의 축원을 받고 덕담을 들었다.

    의현 큰스님은 덕담에서 "박 전 대통령께서 동화사에 와 주신 것을 불자들 모두가 환영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하신 것이 없다. 문재인정부의 수백만 명이 비선실세"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동화사 관계자들과 오찬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사 방문을 함께한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번 박 전 대통령 생신 때 동화사 큰스님께서 축하난을 보내시며 건강이 괜찮으시면 방문을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께서 응하셔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이어 "건강은 1년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다"며 "평지는 쉽게 걸으시지만, 아직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걷기에는 불편해하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건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동화사 경내에서 이동할 때는 차량을 이용했고 계단 등을 이용할 때는 여러 차례 발을 헛딛기도 했다. 이에 주변사람들이 괜찮으냐고 걱정하자 박 전 대통령은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동화사에는 100여 명의 지지자가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발언 없이 미소로 응답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행사 후 차에 탑승할 때 몇몇 지지자가 "(대통령) 다시 하이소.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삽니데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공개적인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24년 총선을 1년가량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정치권의 이러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오랜만에 나들이 오셨는데 좀 편안하게 왔다가 가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4일 대구시 달성군 사저에 입주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도착했을 당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며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같이 지낼 수 있게 돼 무척 기쁘고 든든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