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열악한 北 인권 실태 고스란히 담겨… 탈북민 508명 증언사법절차 없이 즉결처형, 장애인·정신병자 생체실험… 구타·고문 거리낌 없이 자행탈북민 증언 이어져… "처형 목격 후 끔찍해서 잠이 안 와, 총 맞는 모습 생생하다"비인간적·모욕적 처우 다반사… 출신성분·계층·토대에 따라 주민 차별 극심
  • ▲ 국내 언론이 공개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KBS 남북의 창, 2011년 5월 보도 방송 캡처.
    ▲ 국내 언론이 공개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KBS 남북의 창, 2011년 5월 보도 방송 캡처.
    편집자주

    정부가 2017년부터 비공개로 작성해온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채택된 후 정부는 2018년부터 해마다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굴욕적인 친북(親北)행보로 일관해온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거센 반발과 탈북민 신상보호를 이유로 북한인권보고서를 비공개에 부쳤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보고서 공개를 결정했다. 김정은정권에서 고통 받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총 450쪽 분량이다. 2017년 이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4개 파트로 구성됐다. 세계 최악의 인권사각지대 북한의 현실을 충실히 담아냈다는 평이다. 

    본지는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출범 10년, 북한인권결의 채택 20년을 맞아 처참한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 ▲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한 그림. ⓒ북한인권위원회(HRNK)
    ▲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한 그림. ⓒ북한인권위원회(HRNK)
    [생명권] 

    자유권 규약 제6조 1항은 법률에 따라 생명권은 보호돼야 하며, 누구도 자의적으로 생명을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자유권 규약에서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북한 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명을 박탈하는 '즉결처형' 사례가 지속적으로 수집됐다. 교화소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형자가 즉시 처형되는 것을 목격한 동료 재소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탈북민들은 "국경경비대원으로부터 '서라고 3번 경고한 후에도 서지 않으면 사살하라'는 규정을 들은 적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봉쇄지역에 출입하는 자에게는 사전경고 없이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당국의 방침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 "교화소 소장이 수형자 전원을 교화소 앞마당에 집합시켜 '도주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라'면서 처형 장면을 강제로 보게 했다"면서 "사람 목에 밧줄을 묶어 매단 채 총을 3발 쏴 죽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탈북민들은 "사람들에게 미리 준비해 놓은 돌무지에서 돌을 들고 시체에 던지라고 시키는데, 그곳은 곧 돌무덤이 됐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종교·미신행위 △마약 밀수·거래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음란물 유포 △성매매 등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적용될 수 없는 범죄에도 사형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사형은 사형수에게 상소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채 총살 방식으로 집행된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평안남도 평성시 시장 뒷골목에서 하이힐·화장품 등 한국제품을 몰래 팔다 체포된 사람들이 곧바로 공개총살됐다"며 "황해남도 협동농장 공터에서는 남성 1명이 음란물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됐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양강도에 있는 한 보위부 구류장에서 난방을 제공하지 않아 피구금자가 동상에 걸렸는데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다"면서 "교화소에 구금된 피구금자가 결핵과 영양실조에 걸려 방치되다 사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 북한 교화소와 보위부의 주민 고문. ⓒ뉴데일리 DB
    ▲ 북한 교화소와 보위부의 주민 고문. ⓒ뉴데일리 DB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자유권 규약 제7조는 고문 또는 잔혹하고 비인도적 취급 또는 형벌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자백을 강요받는 경우가 다수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조사 방식의 하나로 구타 또는 고문이 자행된다고 한다.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증언자는 "비행기 고문 자세로 2시간까지 있기도 했다"며 "종아리 뒤에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양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각목을 발로 누르는 고문도 당했다"고 진술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증언도 매년 수집됐다. 증언에 따르면, 공개처형은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이 집단동원되는 형태로 장마당·강변·운동장처럼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실시된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공개처형의 경우 사회안전기관에서 주관하며, 처형 대상자의 신상과 죄명을 공개한 후 총살한다"며 "처형 대상자를 기둥에 묶은 후 머리·가슴·다리 부분에 3발씩 총 9발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처형을 목격한 증언자들의 대부분은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생각난다"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동반한다고 언급했다. 

    또 북한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을 어떠한 동의 없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체실험은 주로 '83호 병원' '83호 관리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83호에 수용되는 실험 대상자는 통상적으로 조현병 등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거나 지적장애인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
  • ▲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한 '인민군대를 인민의 행복의 창조자로 이끌어 주시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한 '인민군대를 인민의 행복의 창조자로 이끌어 주시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 ⓒ연합뉴스
    [강제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

    자유권 규약 제8조 제3항에 의하면, 범죄에 대한 형벌로 중노동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노동형 부과와 관련한 법을 근거로 법원의 합법적 명령에 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은 행정처벌법상 처벌의 종류로 '무보수노동처벌' '노동교양처벌'을 두고 있어 법원의 선고가 아닌 행정기관의 노동처벌을 통해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화소 수감 경험이 있는 한 탈북민은 "함흥교화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금속고리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며 "겨울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여름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작업했는데 교화소 담당 기관원은 그날 일을 잘 못한 사람들의 얼굴을 신발로 수차례 때렸다"고 증언했다. 

    이 탈북민은 "매일 실적총화를 통해 수감자 개별작업이 평가되고, 매일 실적을 올리도록 강요당한 사례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다른 탈북민 역시 "혜산시 노동교양대에서 오전 5~6시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일했다"면서 "노동교양대 지도원 1명이 30명 정도를 데리고 나가 일을 시키는데, 일을 대충 하는 것을 감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 탈북민은 "현장에서 꾀를 쓰는 수감자를 체벌하거나 구타를 일삼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에서는 인민반이나 직장 등 조직을 통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일이 일상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직장에 다니지 않는 결혼한 여성들의 조직 '여맹'을 통한 노력동원의 빈도가 매우 높다는 진술이 많았다. 

    여맹돌격대에 따르면, 지역의 건설현장, 농촌동원 등 무보수 동원이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매번 8시간 이상씩 일했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동원이 일주일에 5번 정도 거의 매일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동원은 개인별 사정은 봐주지도 않았고 건강이 나빠도,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도 강제적으로 하기 때문에 힘든 적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 ▲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정상윤 기자
    ▲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정상윤 기자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文정부, 인권문제 정치적 이용… 위선의 극치"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1963년 북한의 허위선전으로 북송된 재일교포 할아버지가 민족반역죄로 국가보위부에 끌려간 후 1977년 8월부터 함경남도 요덕의 정치범수용소에서 10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강 대표는 남한으로 탈북해, 북한사회의 반인륜적 현실을 알리고 북한 내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7년 5월 북한전략센터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데 '가짜 인권변호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권유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서 이탈했고, 위선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인의 이득을 취한 파렴치한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대표는 "교화소에서는 보통 옥수수와 소금으로 끼니를 해결해 만성 영양실조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화소) 노동량은 북한사회에서 하는 것보다 2~3배 이상 많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종교적 자유와 관련해서는 "주민들은 대부분 샤머니즘이나 민간신앙에 빠져 있다"며 "다만 기독교를 믿을 경우 추방되거나 간첩죄보다 더 심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