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보완 지시 이틀 만에 노사정 모여 "소통부재" 공감당·정 "근로시간 단축이 골자… 의견수렴해 개편안 보완"노동계 "개편안 취지 불분명… 연장근로 노동자 주장 아냐"경영계 "사용자 입장에서는 文정부 때보다 진보된 제도"
  • ▲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등 참석자들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등 참석자들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주 69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안 관련 보완을 지시하며 속도조절에 돌입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정부 기조에 발맞춰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개편안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인 노동계·경영계·정부(노사정)는 개편안과 관련, 국민적 소통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연장근로를 두고는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

    당·정 "경청하고 보완할 것"

    16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근로시간 개편 방향 토론회'에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MZ(밀레니얼세대+Z세대)노동조합으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IT기업,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했다.

    토론회 주최 및 사회를 맡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정부 개편안이 장시간 연장근로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주52시간제의 틀 내에서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약하는 1주 단위의 경직적 규제를 개선하고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획일적인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의원은 "개편 취지가 비현실적 가정을 전제로 한 가짜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모든 노동자에게 69시간을 하라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라며 "노사 간 어떤 사용자도 범법자를 만들지 않고, 노동자도 공짜 노동을 하지 않는 방법을 근로시간 유연화에 녹여내자는 취지에서 노동부가 접근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권기섭 노동부차관도 이날 토론회에서 "개편안 취지는 주 52시간 내 업무 변동을 노사 합의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권 차관은 "현장에서는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가 늘어나지 않을까, 과연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제도가 악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근로시간의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관행과 의식 개선이 같이 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의견을 주시면 입법예고 기간에 개선안에 반영해 잘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용자를 대표한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도 문재인정부에서 도입한 주52시간제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용자 입장에서 유연성과 근거까지 확보됐고 근로자 대표와 합의에 대한 부분도 반영돼 지난 정부 때보다 진보된 제도라고 생각되지만 충분한 교류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MZ노조 "노동자 신뢰 쌓는 것이 먼저"

    개편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맞섰다.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유 의장은 "이번 개편안은 취지의 실제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의장은 "설령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해도 이는 예외적 상황을 이유로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입법을 하는 것"이라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쓴다는 취지에는 많은 노동자가 공감하겠지만, 유연의 기준을 주40시간 기준으로 떠올리지,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쓰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장은 "개편안을 통한 과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연장근로에 대해 '극단적 경우다' '그럴 일 없다'는 말보다는 노동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단을 넣거나 현행에서도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 노동자에게 신뢰를 쌓아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장은 그러면서 "정부는 노동자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한다"며 소통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개편안에 담긴 근로자 대표제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선택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노·사·정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보완 지시에 내달 17일까지 의견수렴 절차

    앞서 노동부는 지난 6일 주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을 월·반기·연 단위로 확대관리해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추가 근무가 필요한 시기에 일을 몰아서 하되, 그 외의 기간에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 근무 유연성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노동계는 '기존에 있는 연차도 사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했고, MZ세대마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국제사회 노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등을 돌리자 정부의 추진동력은 힘을 잃었다.

    정부는 그간 미래세대를 위해 근무시간 유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정부의 노동개혁 동력으로 주목받아온 새로고침MZ노조 역시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자 방향성을 잃게 된 것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16일에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한인 다음달 17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