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2층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도서자료실에서 열람 가능총 10권 중 2권 완료… 美 해병대 공간사 등 관련 자료도 번역키로
  • ▲ 정전회담회의록(1·2권) 번역본 표지 모습. ⓒ전쟁기념관
    ▲ 정전회담회의록(1·2권) 번역본 표지 모습. ⓒ전쟁기념관
    "오늘 이 자리에서의 논의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중대하다는 것을 충분히, 그리고 엄숙한 마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전(停戰)을 위한 제 조건에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그리고 쌍방의 승인을 받은 정전위원회(Armistice Commission)가 실제로 임무를 개시할 준비가 될 때까지, 쌍방이 합의한 중립지대를 제외한 한반도의 전 지역에서는 교전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유엔군사령부 대표단은 전쟁 재발 방지를 보장하는 조건 하에서 한국에서 전투 중단을 위해 공산군(Communist Forces) 대표단과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역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대표단은 오로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며,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한국 내에서의 여러 가지 군사 문제만을 토의하려는 바이다."(유엔군)

    "조선 인민은 조선전쟁(Korean War)이 급속히 종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과거에도 주장했고 지금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조선 인민은 그러므로 유엔 소련대표 말리크(Yakov A. Malik)가 6월 23일 제안한, 조선전쟁을 끝내기 위해 교전하는 쌍방이 정화를 교섭함으로써 쌍방의 군대를 38도선으로부터 철수시켜야 한다는 구체적 실례를 열렬히 찬성한다. 쌍방의 군대를 38도선으로부터 철수함으로써 조선에서의 정전의 기본 조건을 실현하도록 하며, 조선에서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등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북한군)

    "나는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 장군의 명령에 의하여 이번 회의에 참석하여 조선인민군 대표들과 같이 유엔군사령관 리지웨이(Matthew B. Ridgway) 장군의 대표들과 공평하고 합리적인 기조 위에서 조선의 정화 및 정전을 실행하는 등의 문제를 토의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은 조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한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중국 양국 인민의 이익은 완전히 일치된다. 조선전쟁을 종결시키며 조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역시 조선 인민의 시종 일관된 요구이며 부단한 투쟁의 하나이다."(중국군)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1년여 뒤인 1951년 7월10일 오전. 미국과 한국이 포함된 '유엔군 대표단'과 북한·중국군인 '공산군 대표단'이 북한 개성에서 만남을 가진다. 유엔군에서는 미 해군제독 터너 조이(Turnur Joy)와 백선엽 한국군 육군 소장이, 공산군에서는 남일 북한군 육군 대장과 덩화(Teng Hua) 중국군 육군 대장 등이 참석했다.

    국가와 진영을 대표해 배석한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의견을 개진한다. 이때부터 2년여 동안 158차에 걸친 길고 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협상 테이블에서의 주도권은 전쟁 양상에 따라 때로는 유엔군에게, 때로는 공산군에게 넘어간다.

    1953년 7월19일 '제158차 회담'을 끝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은 일단락된다. 마지막 회담 이후 약 1주 뒤인 1953년 7월27일 양 진영은 전쟁을 멈추는 데 합의하는 내용이 담긴 '정전협정'을 맺게 된다. 그 첫 시작이 1951년 7월10일 개최된 '제1차 개성회담'이다. 개성회담은 26차까지 이어지며, 27차부터 158차까지는 '판문점회담'으로 분류된다.

    회담 내용은 당시 유엔군이 작성해 미국이 보관하고 있는 것이 유일본이었다. 하지만 영어로 작성돼 있어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웠다. 전쟁기념관은 올해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정전회담회의록 우리말 번역본을 15일 국내 최초로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정전회담회의록은 1·2권으로, 개성과 판문점에서 이뤄진 양측 대표단의 본회담 내용을 담고 있다. 번역에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제와 주석을 덧붙였고, 전쟁의 양상에 따라 변화하는 양측의 입장을 생생하게 대본 형식으로 엮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전력 증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본회담 후반부로 갈수록 격렬해지는 공산군 측의 발화는 꽤 흥미롭다. 번역본은 지난해 문을 연 전쟁기념관 2층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도서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전쟁기념관은 분과위원회회의록(3·4·5권)에 이어 참모장교회의록(6·7·8권)과 연락장교회의록(9·10권)까지 총 10권 시리즈로 번역을 완료해 완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미 해병대 공간사 등 6·25전쟁 관련 주요 수집 자료를 계속해서 번역 발간할 예정이다.

    김영철 전쟁기념관장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한 군사적 대치와 북한의 위협 등 안보 불안은 정전체제에서 파생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간된 정전회담회의록 번역본을 통해 국민들이 6·25전쟁과 정전체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