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28일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 개최尹 대통령 "건설 현장 불법행위 뿌리 뽑겠다" 맞불 성격4만 명 넘는 조합원들, 흡연 및 음료 발로 차며 화풀이"건설자본 대변하는 윤 정권 심판"… 극심한 교통 정체
  • ▲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 직후 용산 대통령실로 가두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상윤 기자
    ▲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 직후 용산 대통령실로 가두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상윤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자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맞불 성격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4만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건설자본을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를 박살내자"며 언성을 높였고 인근 도로는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세종로터리~숭례문로터리) 일대에서 '노조 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내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등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밝힌 데 대한 맞불 성격의 집회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부 규탄 집회 개최

    조합원들은 오후 1시 30분쯤 종로 보신각과 정부서울청사, 경찰청 등 총 3곳에 모여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회색 챙모자 위로 '단결투쟁'이라 적힌 빨간 두건을 두른 이들은 '건설현장을 바꾸자' '탄압이면 항쟁이다' 등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쥔 채 4차선 도로를 전면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대의 시내버스들은 조합원들 무리에 가로막혀 정차 중이었고 이들이 각 지역에서 몰고 온 관광버스가 서울시민이 이용하는 시내버스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건설노조 추산 4만6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담배를 태우다 보니 이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시위대 내부에서도 "흡연장소가 아니니 자제해주세요"라는 불만 섞인 외침이 들렸다. 

    오후 2시가 되자 단체 행진이 시작됐다. 조합원들은 '건설자본 대변하는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을 든 채 천천히 숭례문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조합원들은 편의점 커피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차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꽹과리를 치며 춤을 추기도 했다.

    숭례문 앞은 집회를 관리·감독하는 경찰들로 가득했다. 100개 이상의 경찰부대가 현장에 투입됐다고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말했다. 경찰들은 집회 인파에 길이 막혀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나섰다. 그 옆으로 건설현장에서의 포크레인 여러 대가 '검찰독재 분쇄, 윤석열 심판'이 적힌 현수막을 띄웠다. 
  • ▲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삼각지역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결의대회 행진 및 마무리집회로 인해 차량정체가 발생, 양방향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
    ▲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삼각지역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결의대회 행진 및 마무리집회로 인해 차량정체가 발생, 양방향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
    본격 집회는 오후 3시에 시작됐다. 단상에 오른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당당한 투쟁으로 맞서자"며 "노조 회계를 공개하면 가스비가 내려가고 물가가 안정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털어서 나오는 게 있어야지. 쓸데 없는 일에 힘 쓴다"며 정부의 노조 회계 공개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 조합원은 노래와 율동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는 "우린 포기하지 않아, 윤석열 비켜"라며 알통 포즈를 취하고 오른손을 꽉 쥔 채 곧게 뻗는 등 조합원들을 향해 춤을 선보였다. 이를 본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따라하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쳤다. 집회는 40~50분 정도 진행된 후 끝났다. 

    이날 집회 현장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반복되는 집회로 발생하는 소음과 교통 통제 등으로 피로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장모씨(30대)는 "숭례문 근처에서 일하는데 매일같이 집회를 하니 이제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시끄럽다"며 "원래 도로를 이용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데 집회 때문에 막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모씨(70대, 여)는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데 차를 못 가지고 나오니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중학생 문모씨(16살)는 "이유가 있어서 집회를 하는 것이겠지만 도로가 통제되는 게 보기 안 좋다. 시끄럽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노총 건설노조의 집회에 대해 "오직 일부 강성 기득권 노조의 안위를 위해 국가를 통째로 저당 잡아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법과 원칙에 의해 철저히 바로잡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노동자와 국민이 진정 목소리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