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자금 경제개발에 썼는데… 문재인 대법원이 '청구권협정' 뒤집어피해자들 "尹정부안 수용" ↔ "日기업이 사과하고 돈 내야" 엇갈려민주당·정의당 등 의원 51명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모임' 결성좌파 단체 역사행동 "박진 탄핵"… 민중행동은 "윤석열 탄핵" 거론비엔나협약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 조약 불이행할 수 없다" 정하고헌법도 "헌법이 승인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 정했는데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대법원이 최종 해석" 다른 소리
  • ▲ 지난 2022년 5월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22년 5월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부는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을 향한 한일 양국 정부의 '공동 사과'보다 '일본의 더욱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징용 배상 논란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뒤집은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촉발됐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이 한일청구권협정 체결과 청구권자금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은 데 대해 공동으로 사과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등을 통해 과거사에 따른 사죄의 뜻을 밝혔다. 

    특히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은 2010년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이후 조선왕실의궤 등 1300점에 달하는 문화재를 반환한 바 있다.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의 또 다른 당사자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임 대변인은 "공동 사과에 관해서는 현재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는, 그리고 보다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와 협의를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대변인은 "그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우리 피해자 측 인사들도 참여하는 민관 협의회가 4차례 개최됐다. 이러한 4차례의 민관 협의회 결과에 따라서 주요 사안에 대한 우리 피해자 측의 의견이 충분히 많이 수렴됐고, 우리 정부는 이에 기초해서 한일 간에 외교적 협의를 가속화하고, 또한 고위급뿐만 아니라 각급에서 협의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민관 협의회 결과를 기반으로 '제3자 변제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제3자'인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마련해 원고인 피해자들에게 판결금(배상금)을 지급하는 이 안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나온 절충안이었다.

    청구권협정 당시 日 '직접 배상' vs 韓 '일괄 수령'

    1965년 한일 양국은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이 한국에 유무상 5억 달러를 배상금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제2조 제1항)"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일본정부는 식민지배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자국의 원호법에 따라 직접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우리 정부(장면정권과 박정희정권)는 청구권자금의 총액을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받기를 선택했다. 

    이후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자금의 거의 대부분을 경제개발에 사용했다. 청구권자금을 소양강댐과 경부고속도로 등 건설, ㈜포스코(옛 포항종합제철㈜), 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코레일·KT&G·외환은행(현 하나은행)·한국수자원공사 등 16곳에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징용 배상 논란이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피해자들 "정부의 기금 참여 원치 않는다"

    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피해자들에게 빚을 진 셈인데 우리 정부도 기금에 참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기금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민관 협의회에서 '그러한 방안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우리 피해자 측의 기본 입장이었다"며 "저희는 이런 피해자 측의 입장을 유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 측이 정부를 또 다른 '가해자'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대변인은 '피해자 측이 정부의 기금 참여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추후 피해자 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부 차원에서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나중에 피해자 측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임 대변인이 언급했듯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두고 피해자 측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피해자 고(故) 박창환 씨의 아들인 박재훈(77) 씨와 피해자 고(故) 이병목 씨의 아들 이규매(74) 씨는 지난 14일 자로 보도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제3자 변제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박씨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혜택 기업인 포스코 등 한국기업이 재단이 마련하는 기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배상해도 된다", 이씨는 "(피고기업이) 끝까지 배상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한국)기업들이라도 피해자와 유족 복지 차원에서 돈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를 강조했다고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16일 오전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특별간담회에서 2022년 9월1일 박진 외교부장관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다시 한번 공개하며 일본 피고기업의 직접 배상을 거듭 요구했다.

    양 할머니는 해당 편지에서 "(피고기업인)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 ▲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상희 의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 모임 출범식에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상희 의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 모임 출범식에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좌파 성향 시민단체 '박진 탄핵안' 발의 촉구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51명으로 구성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모임'을 향해 '강제동원 정부 해법안 철회 결의안'과 박진 외교부장관 '탄핵안' 발의를 촉구했다.

    박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양자회담을 갖고 징용 배상 해법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요구였다.

    주제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 겸 전국민중행동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빠르면 3월, 늦어도 5월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회의 전까지는 강제동원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며 의원모임을 향해 "이것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강제동원 정부 해법안 철회 결의안'을 발의하고,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주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회에서 이 결의안이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박진 장관이 이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국회에서 박진 장관의 탄핵안도 발의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공동행동을 요청했다. 

    이국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정부 해법을 '한·미·일 삼각공조'와 연관지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의 최종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비난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외교부가 피해자들을 면담하기 위해서 아주 집요할 정도로 연락하고 있다"며 "외교부가 그럴 염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尹대통령 탄핵" 운운

    박 장관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조선 강점과 식민지배가 불법이고,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에 따른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이 반인도적 불법행위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대한민국의 실정법 해석에 있어 대법원이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가진다"며 판결을 집행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행정부가 "당연히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주장과 달리, 한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해온 '조약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르면, 청구권협정이 대법원 판결에 우선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을 정당화(justification for its failure to perform a treaty)하는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provisions of its internal law)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는 제27조는 국내법을 이유로 조약 불이행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 헌법 역시 제6조 제1항에서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박 대표는 "일제와 전범기업에 의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필수적이고, 그 법적 성격도 '기부금'을 모아서 진행하는 '불우이웃돕기' 방식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지급되는 '배상금' 성격임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 발족

    이날 출범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에는 강득구·강민정·강은미·고민정·김경협·김상희·김한정·김홍걸·남인순·도종환·류호정·박상혁·박정·박주민·박홍근·배진교·서삼석·송재호·신영대·심상정·양기대·양정숙·어기구·우원식·유기홍·윤관석·윤미향·윤영석·윤호중·이개호·이수진(비례대표)·이용빈·이용선·이원욱·이재정·이탄희·임종성·전해철·조오섭·조정식·최강욱·최혜영·한준호·홍익표·홍정민·황운하 등 51명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