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들어 첫 발간된 2022 국방백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표현 등장북한 플루토늄 보유량 50kg→70kg으로 수정… 지난해 IAEA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의혹' 반영北의 9.19군사합의 위반 사례 다수 지적… 북핵·미사일 도발 억제 위한 한미일 공조 강조도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4일 자신의 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4일 자신의 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윤석열정부가 첫 발간한 '2022 국방백서'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과거 좌파정권인 문재인정부 때 만들어진 2권의 국방백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윤석열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플루토늄 보유량을 종전보다 20kg 증가한 70kg으로 평가해 이를 국방백서에 반영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번 국방백서에는 남북 간 평화를 상징하는 '9·19군사합의 의의와 이행 성과' 내용이 특별부록에서 삭제된 대신 '북한의 9·19군사합의 주요 위반 사례'가 일반부록에 추가됐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김정은'으로 통일해 적은 점도 눈에 띈다.

    국방부는 15일 국방정책에 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 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22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1967년 이후 25번째로 발간된 이번 국방백서는 윤석열정부 들어 첫 번째로 발간되는 백서로, 총 7장의 본문으로 구성돼 있다.

    "北, 우리를 분명히 적으로 규정… 그 정권과 군대는 당연히 우리의 적"

    지난 정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군 당국의 시각 변화다. 2022 국방백서는 "북한은 핵 선제 사용을 시사하는 핵정책을 법제화하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NLL 이남 지역으로 미사일 도발을 사행하는 등 우리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백서는 그러면서 "북한은 2022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하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표현했다.

    이는 전 정부인 문재인정부 시절 발간된 2018~2020 국방백서에서 사라진 '북한정권·북한군=적'이라는 개념이 재정립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라고 설명하는 등 북한이 개발·보유한 무기들이 심각한 위험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무기 사용 주체인 북한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대북관'을 의심받아왔다.
  • ▲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발간된 2022 국방백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바름 기자
    ▲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발간된 2022 국방백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바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통령후보 당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자신의 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글을 게시해 주관을 분명하게 밝혔으며, 당선 이후 꾸려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같은 해 5월3일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언한 약속이 이뤄진 셈이다.

    북한 플루토늄 보유량 50kg→70kg으로 늘어… 핵연료 재처리도 인정

    윤 정부의 국방백서는 북한 핵무기에 관한 위험성도 공개했다. 백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해왔다"며 "최근까지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kg,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시했다.

    문 정부의 국방백서와 비교하면, '영변 핵시설'이 '영변 등 핵시설'로, '플루토늄 50여 kg'이 '70여 kg'으로 바뀌었다.

    이는 북한의 핵시설이 영변에 위치한 5MW급뿐만 아니라 평산 우라늄광산 등 이미 확인된 사실들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합의'에서 북한은 16개의 핵 관련 시설을 신고한 바 있다.

    플루토늄 보유량 증가와 관련해서는 2021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플루토늄 재처리 의혹'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21년 2~7월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방사화학실험실 가동 징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시설은 사용후 폐연료봉(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내는 재처리 시설이다.

    다만, 플루토늄 생산 특성상 매년 점진적으로 늘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2020년도에는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2021년도부터 한꺼번에 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핵탄두 1기에 플루토늄 4~6kg 정도가 소모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현재 보유량만으로도 북한은 최소 17기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 ▲ 문재인 정부 시절 발간된 2020 국방백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내용이 없다. ⓒ이바름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발간된 2020 국방백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내용이 없다. ⓒ이바름 기자
    이와 관련해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1월  '북한의 핵탄두 수량 추계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북한이 핵무기 80~9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66기(우라늄탄 136기, 플루토늄 핵탄두 30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했다.

    힘에 의한 평화 강조… "도발시 강력대응 의지 담겨"

    2020 국방백서 특별부록에 수록된 '9·19군사합의 의의와 이행성과'는 윤 정부의 국방백서에서는 삭제됐다. 대신 '북한의 9·19군사합의 주요 위반 사례'가 일반부록에 반영됐다.

    9·19군사합의는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등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조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11월23일 해상완충구역 내 해안포 사격을 시작으로 2022년 12월26일 무인기 도발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해안포 포문 개방이나 포구 덮개 미실시 등 기타 위반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9·19군사합의에 매달릴 경우 북한의 무력도발에 끌려다니게 돼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군 안팎의 지적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 상황에서 9·19군사합의를 성과로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군 관계자는 "안보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행동도 달라지고 있고, 북한의 군사능력도 달라지고 있다"며 "'힘에 의한 평화'라는 기조 아래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협력 확대 및 심화… 일본과의 관계도 주목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 양국 간 동맹과 한·미·일 3국 공동체를 강조한 부분도 이전 국방백서와 다른 점이다. 2022 국방백서는 지난해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개최 등을 통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세히 기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지난해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2019년 이후 중단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약 2년 반 만에 개최했다"고 강조하면서 2023년 전반기 한·미·일안보회의(DTT)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백서는 일본을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지금 우리의 안보환경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공동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역사인식이나 독도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