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대사관서 90여분 공식 면담한미 대북인권정책 노선, 강경책으로 선회하나?
  • ▲ 정박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와 북한 억류 김정욱 선교사 형 김정삼씨ⓒ김정삼씨 제공
    ▲ 정박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와 북한 억류 김정욱 선교사 형 김정삼씨ⓒ김정삼씨 제공
    수십 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납북자 문제 해결에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들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하겠다는 점을 처음 거론했다. 납북자송환을 위해 23년 활동해온 최성룡 씨는 어떤 정부에서도 이러한 약속은 없었다며 이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지난 7일 정 박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가 납북자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박 부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이들의 사연을 경청하는 등 90분 간 대담했다.

    이날 자리에는 북한에 10년째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와 손명화 6.25 국군포로가족회 대표, 이미일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 황인철 1969년 KAL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먼저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박 차관보에게 "2023년 정전협정 70주년이지만 국군포로들이 겪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북한에서는 국군포로 시체를 개가 물고 가도, 그 시체를 환수하려는 사람들이 없다. 또 국군포로들이 전향 안 한다고 반항하자, 북한은 탄광 입구에 국군포로들을 가둬 놓고 폭발시켰다. 이에 탄광 입구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북한에서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국군포로 실태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또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당시, 국군포로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주길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불러주지 않았다. 이에 일부 국군포로는 실망한 나머지 자살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은 정전협정 70주년인데 국군포로를 송환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ㅈ"고 개탄했다.

    뒤이어 그는 "국군포로의 자녀들은 북한에서 연좌제로 차별당하며 살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와서도 버림받고 있다. 우리가 뭔 죄냐? 우리를 버리지 말라.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박 차관보에게 호소했다.

    손 대표는 이날 한미정책제안서를 준비해 박 차관보에게 제출했다. 그는 올해 3월 채택될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에 준비해온 한미정책제안서 내용이 적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손 대표의 한미정책제안서는 ▲국군포로와 그 후손들이 겪은 강제노동, 노예, 구금, 강제실종, 처형 등 인권침해 명시 ▲국군포로 실종자 전담부서 설치  ▲ 국군포로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및 국제법 위반 사례 조사 후 공식문서 발간과 열람 허용 ▲ 북한 억류 한국군과 미국군을 위한 특별훈장 제정 및 수여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황인철 1969년 KAL기 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는 이날 미국 국무부가 어떤 자세로 납북자 문제를 접근할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미 양국이 공조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 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감사를 표명했다.

    북한에 10년째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는 이날 대담에서 현재 북에 억류되어 있는 한국 국적 선교사가 3명인데, 이들의 생사확인이 확인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가 생사확인 여부와 송환에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김정삼 씨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납북자 문제가 윤석열 정권 이후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미일 프놈펜에서 3국 정상들이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에 힘쓰겠다는 처음 언급됐는데, 이전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성과는 없었다. 한-미-일이 납북자문제에 공조한다고 하니 힘이 생겼다. 여기에 박 차관보를 이번에 처음 만났다. 납북자 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 힘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도 윤석열 정부가 납북자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해 준 미국 국무부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납북자문제를 거론해달라. 또 일본 납북자 문제와 똑같은 비중으로 한국 납북자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달라"며 납북자 명부와 사진, 각종 자료를 박 부차관보에게 전달했다.

    몸이 많이 불편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미일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도 북한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자-국군포로 피해자 가족들의 사연을 들은 박 부차관보는 "북한인권유린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롭게 알게 됐다. 눈물이 난다.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박 부차관보가 "납북자 문제를 북한한테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다. 가족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가지고 가서 미 국무부 관계자와 의논하겠다. 납북자 문제에 있어서 일본 납북자 문제 비중만큼 다루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최성룡씨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