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2021년 이화영 법카 논란 일자 PC 하드 파쇄 지시임직원, 수원지검 수사기밀 문건 입수후 金 해외도피 도와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인천=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월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인천=정상윤 기자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이 2021~22년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도운 정황이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 임직원 12명의 범인 도피 및 증거인멸 등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21년 10월 한 언론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받아 사용했다'는 것과 관련해 취재 중인 사실을 인지한 후 임직원들을 시켜 문제가 될 만한 부서의 컴퓨터를 미리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쌍방울 임직원, 망치로 PC 파쇄 '증거인멸'

    이에 쌍방울 임직원들은 지시에 따라 그룹 본사 윤리경영실 사무실에서 PC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파쇄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 공소장에 담긴 범죄사실이다.

    이후 이들은 PC 11대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2021년 11월10일 '이화영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보도된 후 김 전 회장은 또다시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료가 담긴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시를 받은 후 김 전 회장의 동생이자 그룹 부회장인 김모 씨 등 임직원들은 2021년 11월13일 사무실에 모여 구체적인 증거인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날 오후 김씨 등은 회사 건물 지하 1층 CCTV 전원을 차단하고 다음날까지 PC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릴 것을 지시한 후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수사기밀 문건 입수 후 김성태 해외도피… 임직원과 생일 파티도 열어

    이 밖에도 공소장에는 쌍방울이 2022년 5월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그룹의 배임 및 횡령 관련 수사 기밀 문건을 입수한 후 수사 대응 문건을 작성하고 2022년 6월 수사 기밀 문건 사본 등을 파쇄한 정황도 담겼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5월31일 싱가포르로 출국했는데, 이를 쌍방울 임직원들이 도왔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지낼 특급 호텔을 예약하고, 공항에서 직접 배웅하는 등 해외도피를 도운 구체적 정황이 모두 공소장에 담겼다.

    2022년 7월1일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이 체류 중이던 태국으로 출국해 김치·고추장 등 한국음식을 전달한 후 도피생활을 도왔다고 한다. 같은 달 29일에는 태국 현지 가라오케에서 김 전 회장의 생일 파티를 여는 등 호화스러운 해외도피생활을 지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8일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를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김모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도 조만간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