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나경원 미팅' 메모 포착… "아이디어 차원서 고민" 해명김기현 "지금은 타이밍 아니다"… 나경원과 회동 시기 놓고 고민 중
  • ▲ 나경원 전 의원.ⓒ이종현 기자
    ▲ 나경원 전 의원.ⓒ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른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가 길어지자 대선 당시 '울산회동'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을 해결한 김기현 의원의 역할론이 대두했다.

    김 의원 휴대전화에서 나 전 의원과 만남을 암시하는 메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만 김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회동은 시기를 보면서 추진하기로 했다.

    김기현, 나경원과 회동하려다 시기 고민하기로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만남을 고민했다가 시기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는 나 전 의원을 압박하는 등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전날 대구에서 열린 영남지방자치연구원 개원식에서 '나경원 미팅(전화요)'이라는 문구가 적힌 김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장이 언론에 포착됐다.

    나 전 의원이 "설 이전에 출마, 불출마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권에서는 김 의원이 조속한 조율을 위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시기에 당 내부 노선 정리로 친윤 단일주자로 떠오르기 위해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인 2021년 12월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갈등을 해소한 '울산회동'을 관철한 바 있다. 대선을 90여 일 앞둔 위기 속에서 성사된 것으로, 2시간가량 만찬에서 "윤석열을 위하여!" "이준석을 위하여!" "김기현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이어진 화합의 장이었다.

    압박성 회동으로 나경원 자극하지 않기로

    다만 이번에 김 의원의 나 전 의원과 만남은 실제로 추진했던 것이 아닌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한다. 김 의원이 측근들과 여러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적어 놓은 메모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과 만남을 추진하려 했지만, 김 의원 캠프는 나 전 의원이 조금씩 불출마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판단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 상황이 변함없이 계속되는데 김 의원이 만나면 압박 밖에 더 되겠느냐"며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의 결단이 길어지는 것을 두고 불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는 것도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출마할 생각이 강했다면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출마를 기정사실로 했으면 윤석열 대통령 눈치를 왜 보느냐"며 "출마 자체가 비윤 프레임에 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데 굳이 김 의원이 압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의 당권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강남을당원협의회 당원간담회 후 나 전 의원 출마와 관련해 "아마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현명하게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이날 충북 단양군에 있는 구인사를 찾았다. BBS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무원스님에게 "스님의 말씀처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