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SSR 레이더망으로 한 것"… 업적 과시軍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국지방공레이더 2009년 6월, MB 때 결정개발시험평가는 2014년 朴정부 때… 文정부 땐 연구개발 종료돼SSR 탐지 레이더도 朴 정부 때… 도입 이뤄진 것은 2014∼2019년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무인기 도발과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SSR 레이더망으로 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군에서는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구축은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며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했다.

    3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각에서 문재인정부 때 '드론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해왔다.

    또 북한 무인기 침범 당시 이를 가장 먼저 포착한 국지방공레이더의 경우 노무현정부 시기 소요가 신규로 결정됐고, 이명박정부 때 중기소요로 전환됐으며, 이후 체계 개발 과정을 거쳐 2020년부터 양산 및 배치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의 '국지방공레이더 양산사업 개요'를 보면 사실관계가 명확하다. 국지방공레이더는 2009년 6월 열린 제242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중기소요로 결정됐다. 당시 대통령은 최근 특별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국지방공레이더는 소형 무인기 탐지가 가능한 3차원 방공 레이더다.

    이후 2010년 4월에는 사업 추진 기본전략이 승인됐고, 같은 해 9월 체계 개발 기본계획도 통과됐다. 2011년 7월 체계 개발 착수 역시 MB정부에서 이뤄졌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개발시험평가(2014년 3월~2015년 3월)가 이뤄졌고, 2015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사업타당성 조사까지 진행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연구개발 종료(2017년 6월)와 함께 방산업체 지정 및 양산 계획이 확정됐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상태에서 성과를 공개한 것과 다름없다. 탄핵정국으로 탄생한 문 정부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이다.

    또한 서울 상공으로 진입한 무인기는 수도권 주요 시설에 배치된 SSR 레이더가 탐지했다고 전해졌는데, 이 장비 역시 박근혜정부 시기 소요가 결정되고 2014∼19년에 걸쳐 도입이 이뤄졌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다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무인기에) 대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구축해 놓은 국방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강원도 쪽을 통해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했고, 2018년 만들어졌다. 이번에 무인기 추적도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SSR 레이더망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안보상황 및 위협 변화를 고려해 전력 증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소형 무인기 대응전력도 계획에 따라 순차 확보 중으로, 일찍부터 관련 체계에 대한 소요 결정 및 도입이 됐고 특정 시기에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6일 오전 10시25분쯤부터 약 5시간 동안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나라 상공을 활공했다.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서울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횡단하면서 서울 북부지역을 3시간가량 비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고,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돼 강화도 일대를 배회하다 자취를 감췄다.

    군은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지장비(TOD)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이들 무인기를 식별하고 지상에서 경고방송과 함께 경고사격을 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를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