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60여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에 이어 군용기 도발, 정찰위성 시험발사까지군사적 긴장감 높아진 상황에서 기습 무인기 침투 감행'조악한 수준' 평가 받은 정찰위성 반발 차원…한미연합훈련 강화 반대도전문가 "북 지도부 치밀한 준비…선전 따로 없이 우리 반응 보고 성패 판단"
  • ▲ 지난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만 벌써 60여 발이 넘는 미사일 시험발사로 연일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북한이 돌연 무인기 5대를 우리나라에 침투시킨 이유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최근 정찰위성 사진을 공개한 뒤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뒤따르자 우리 군이 대응하지 못하는 소형 무인기를 이용했다는 의견, 한미연합훈련 강화에 따른 반발, 국지도발을 앞두고서 시행한 첩보전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0시25분께부터 5시간 가량 2m 이하의 소형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서울 등 수도권을 활공했다. 최초로 식별된 1대는 3시간동안 수도권 북부지역을 비행한 뒤 돌아갔다. 다른 4대는 강화도 일대에서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다가 사라졌다.

    우리 군은 최초 미상항적을 이북에서부터 포착해 경고방송과 함께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이어 항적 추적과 함께 공격헬기와 전투기를 투입해 무인기 격추작전을 벌였으나, 5대 중 1대도 격추되지 않고 모두 행적을 감췄다.

    북한의 무인기가 남하했다가 우리에게 들킨 적은 지난 2017년 6월 이후 5년 6개월만이다. 당시 북 무인기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기지를 촬영하고 돌아다가 강원도 인제 야산에 추락하면서 발견됐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예하부대의 작전적 조치사항의 미흡한, 부족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전투준비태세 겸열을 오늘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 시험에 군용기 반발…이번엔 무인기 침공까지

    북한의 도발은 크게 무기 시험과 과시욕, 반발 심리 등으로 분석된다. 올해 총 66발을 발사한 탄도미사일 시험이 대표적이다. 탄도미사일 시험을 위해 꾸준히 동·서해상에 미사일을 쏘면서 사거리와 엔진 이상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 ▲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괴물 ICBM'이라고 불리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하는 등 미완의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에는 '단 분리'까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기술 발전을 이뤄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달 18일 북한이 쏜 ICBM은 비행거리가 약 1000km에 고도 약 6100km, 속도는 약 마하22로 분석됐다.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자신의 딸을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한 것 역시 무기 개발 성공을 과시하는 행위 중 하나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한미 공군이 실시한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과정에서 보인 북한의 '500대 전투기를 동원한 총전투출동작전'은 북의 반발 심리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지난 달 4일 북한은 오전 11시께부터 약 4시간동안 군용기의 이·착륙을 반복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180회의 비행항적을 남겼다. 240여 대의 한미 항공기가 참여하는 비질런트 스톰에 반발하던 북한이 미그와 수호이 계열 전투기를 동원해 한미를 위협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투기 500대를 동원해 총전투출동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우리 군 감시자산에서는 180여 회의 비행항적이 포착되면서 과장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비행항적은 전투기 1대로도 충분히 많은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군사적 도발들은 전조 또는 전후에 북의 관영매체 등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무인기 도발과 관련해 북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27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들은 전날 있었던 '무인기 소동'에 대해 한 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사회주의헌법 제정 50돌 기념 보고대회,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소식 등이 실렸을 뿐이다.

    정찰위성 또는 한미연합훈련 강화에 따른 반발일수도

    최근 북한과의 사건과 엮어보면 가장 먼저 정찰위성이 꼽힌다. 북한은 지난 19일 관영매체에 서울과 인천 등을 군사용 정찰위성으로 찍었다며 몇 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한강 교량과 인천항만 등 대규모 시설 정도만 식별 가능할 뿐, 화질이 흐릿해 제대로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 ▲ 국토위성 1호가 촬영한 평양 김일성광장. ⓒ국토교통부
    ▲ 국토위성 1호가 촬영한 평양 김일성광장. ⓒ국토교통부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사진에 대해 20m 분해능으로 촬영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정찰위성으로 쓸 수 없는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정찰위성으로 쓰려면 분해능이 0.5m는 돼야 한다"며 "북한이 제시한 분해능 20m는 지구관측위성으로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정찰위성으로는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국토위성 1호'로 촬영한 평양 김일성 광장 일대 사진을 공개하면서 남과 북의 위성 관련 기술 수준이 명확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국토위성 1호는 흑백 0.5m, 컬러 2.0m급 해상도의 광학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소형 무인기들을 활용해 우리 지역 시설들을 촬영하고, 이를 추후 정찰위성으로 촬영했다는 기만전술을 펼칠 수도 있다.

    한미연합훈련 강화에 따른 반발성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1일 '2022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통해 한미는 내년부터 '쌍룡연합상륙훈련' 등 20여 개의 연합훈련을 과거 '독수리훈련(Foal Eagle)'급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연합야외기동훈련 규모와 종목도 늘리기로 결정했다.

    한미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이 이번 소식을 접하고서 반발 심리로 우리 군에 혼란을 주기 위해 소형 무인기를 활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지도발을 앞두고서 시행한 첩보전이라는 뒷말도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군 관계자들의 발언을 빌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전에도 북한은 무인기를 띄워 정찰 활동을 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으며, DMZ 지뢰 도발로 긴장 수위가 높아졌던 2015년 8월에도 강원도 화천 군사분계선 남쪽 상공을 북 무인기가 여러 차례 침범하기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우리 군의 준비나 방어태세 등을 확인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미사일 등을 이용해 도발해왔으나 핵실험을 바로 진행하기에는 부담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강도 위협 차원에서 무인기를 이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도발에 우리가 과하게 반응하면 그걸 명분 삼아 다시 반응하는 명분쌓기 용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 위원은 "북한 핵심지도부 차원에서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돼서 (무인기 도발을)실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관영매체를 통한 선전은 자신들이 우리나라 영공·영토를 침해한 걸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고, 군사적으로나 정치적 반응을 보면서 자체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이 위성시험품 탑재체에서 촬영했다고 공개한 인천과 서울 사진. ⓒ연합뉴스
    ▲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이 위성시험품 탑재체에서 촬영했다고 공개한 인천과 서울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