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한 리허설 영상, 생방송 장면과 교차 편집사실상 각본 따라 질문·답변 짬짜미 의혹 제기비방용 테스트영상 녹화·방영‥ 풀단 규약 위반文정부 '국민과의 대화'도 행사 전 리허설 진행YTN방송노조 "고위 간부가 리허설 녹화 지시"
  • ▲ 2017년 8월 20일 '생방송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제작진이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 ⓒYTN방송노동조합
    ▲ 2017년 8월 20일 '생방송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제작진이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 ⓒYTN방송노동조합
    YTN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 영상을 무단 녹화한 뒤 이를 생방송 영상과 뒤섞은 '돌발영상'을 만들어 내보냈다가 "허가받지 않은 영상을 방영했다"는 지적을 받고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방송 전, 주요 방송사 '중계 풀(Pool)'이 영상신호 점검 등 '테스트용'으로 공유하는 '리허설 영상'을 YTN이 녹화해 방영한 것은 명백한 풀 규약 위반이라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생방송 행사 리허설 장면을 풀단에 속한 방송사가 무단 녹화해 방영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YTN이 리허설 영상을 생방송으로 진행된 본방송 영상과 교차 편집해 마치 해당 행사가 '사전 각본'에 따라 기획된 것처럼 악의적으로 몰고 갔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단 징계 요청이나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TN 돌발영상에‥ 민주당 "한 편의 연극, 천박한 쇼"

    YTN방송노동조합 불공정보도감시단에 따르면 YTN은 지난 15일 진행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의 리허설 장면이 포함된 돌발영상('일부' 국민과의 대화)을 16일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이 영상에는 리허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역을 맡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한 '국민 패널'과 질의응답을 연습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리허설과 본방송 내용이 일치하는 것을 보고 속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 편의 연극에 국민은 없었다"고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생방송 내세운 '윤 대통령 주재회의', 알고보니 질문도 리허설> <민주당, 尹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 영상에 "천박한 쇼"> <민주 "尹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본방송 일치 '쇼통'"> 등 민주당의 시각으로 관련 사안을 다룬 기사들도 쏟아졌다.

    그러나 YTN은 돌발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지 30여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했다.

    당시 방송사 '중계 풀'인 '코리아 풀(Korea Pool)'의 내부 규약을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를 받고 해당 영상을 내렸다고 해명한 YTN은 지난 18일 "12월 16일 방송된 돌발영상 <'일부' 국민과의 대화>는 사용 권한이 없는 영상으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삭제조치했다"며 "해당 영상 및 그 캡쳐 사진을 복제·배포하는 등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및 관련법에 의한 법적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YTN 고위 간부가 리허설 영상 녹화 지시"

    19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저간의 사정을 밝힌 YTN방송노조는 "대통령이 기자단이나 시민들과 만나는 생방송 전에는 이런 리허설이 항상 있었는데, 왜 윤석열 정부의 리허설만 문제로 삼는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20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국민 보고대회'를 예로 들었다.

    YTN방송노조는 "당시 '리허설'에서 김정숙 여사의 대역이 있었는데도 생방송에서 사회를 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배성재 아나운서는 국민과의 대화에 김 여사가 깜짝 등장한 것처럼 말했다"고 되짚었다.

    당시 리허설에서 배성재 아나운서가 "김정숙 여사님이 몰래 와 계시다"라고 말하자, 고민정 대변인이 "기왕이면 활짝 활짝 웃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한 사실을 거론한 YTN방송노조는 "문 정부 때는 아무 소리 없던 돌발영상 팀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은 걸고넘어졌다"고 꼬집었다.

    YTN방송노조는 "생방송 점검 용도로 송출한 리허설 영상을 YTN 고위 간부가 이례적으로 녹화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생방송 영상과 교묘히 섞어 과감히 방송까지 했다"며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국민 패널들이 사전 각본에 따라 순서는 물론 질문과 답변을 짬짜미했다'는 의혹을 부각한, '악마의 편집'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생방송 리허설'이라는 잘 알려진 스케줄과, 방송용이 아니므로 통상 녹화하지 않는 리허설을 몰래 녹화한 것 △이를 생방송 영상과 뒤섞은 돌발영상을 통해 사전 기획으로 폄훼한 것 △기다렸다는 듯 이어진 야당 진영의 연쇄 비난까지 매우 잘 짜인 플롯으로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YTN방송노조는 "이렇게 보면 문제의 돌발영상은 '왜곡보도'를 넘어 '매복보도'라고 할 만하다"고 힐난했다.

    "文 정부 시절 '국민과의 대화'도 리허설 진행"


    YTN방송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 현 YTN 경영진의 내밀한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사실관계와 의혹을 제기한다"며 4가지 화두를 YTN에 던졌다.

    "첫째, 리허설은 '짜고 치기 위한' 나쁜 짓이냐"고 YTN방송노조는 물었다.

    YTN방송노조는 "100명 이상의 일반 시민이 참석하는 생방송은 수십 개의 마이크와 카메라 등 방송 장비가 등장하기 때문에 방송 전 리허설은 당연하다"며 "어디에 앉은 누가, 언제 질문할지를 사전에 점검하고 테스트하지 않으면 생방송 도중 각종 사고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사전 리허설은 기본 중의 기본이요,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강조한 YTN방송노조는 "주최 측 담당자가 리허설에 참석해 대통령이 앉을 위치도 잡고, 일반 패널 역시 혹시나 주어질 질문 기회에 맞춰 미리 질문을 생각하고 리허설에 함께 한다"며 "이는 기술적·기계적 사전 테스트를 통해 실제 생방송 중에 있을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TN방송노조는 "지난 정부 당시 진행했던 국민과의 대화나 기자 간담회 등에서도 이런 리허설은 여러 차례 진행됐고, 심지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여러 차례 리허설이 이뤄졌다"며 이번 정부만 공식 행사 전 리허설을 했던 게 아니라고 밝혔다.

    "YTN, '풀 기자단 약속' 어기고 리허설 영상 방송"


    "둘째, 리허설 '풀 영상'은 방송용인가 테스트용인가?"라고 YTN방송노조는 물었다.

    YTN방송노조는 "당시 리허설 풀 촬영 순번은 KBS였고, 해당 영상은 원래 각 풀 사에 통상적으로 방송용이 아닌 사전 점검용, 즉 테스트용으로 제공됐다"고 밝혔다.

    "그걸 보고 각 사에서는 생방송을 준비한다"며 "사전에 몇 가지 기술적 점검과 공유를 통해 방송사고 등 돌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한 YTN방송노조는 "때문에 리허설 영상의 용도는 실제 방송용이 아니다. 기자단의 약속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YTN방송노조는 "그런데 YTN은 이 약속을 짓밟고 뻔뻔하게 그 영상을 사용했다"며 "알고 사용했어도 문제고, 모르고 사용했다면 무식의 소치이자, 윤리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놀라운 건 돌발영상이 이 리허설 영상을 본방송 영상과 교차 편집해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사전에 의도된 기획 작품'으로 몰고 갔다"는 점이라고 꼬집은 YTN방송노조는 "따라서 국민과의 대화에서 오간 실제 내용에 대한 건전한 비판보다는 '매복성' 기획 의도가 물씬 풍긴다"고 주장했다.

    "리허설 참석한 시민도 '악마의 편집'으로 피해"


    "셋째, YTN은 리허설 참석 시민까지 '짜고 치는 각본'의 가담자로 매도했다"고 YTN방송노조는 비판했다.

    YTN방송노조는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할 기회를 얻은 일부 시민들도 리허설에 참석했는데, 돌발영상이 리허설 영상을 악마의 편집에 사용하면서 이들은 대통령실과 사전에 질문 내용과 답변을 공유한 연기자로 매도됐다"며 "이분들에 대한 심각한 초상권 침해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했다.

    "YTN은 부랴부랴 해당 영상을 삭제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복사된 돌발영상은 이미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며 "더 나아가 돌발영상 삭제를 놓고 외압 등 음모론이 확산하고, 급기야 현 정부의 '언론 장악' 프레임까지 등장했다"고 밝힌 YTN방송노조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통탄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돌발영상 조작 진상위' 구성해 사건 전말 밝혀야"

    마지막으로 YTN방송노조는 "YTN은 결국 무엇에 불복하느냐"고 경영진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무엇에 불복하는가? 사내 정상화 염원세력에게 쫓겨 '야반도주'할 당신들의 운명에 불복하는가? 이재명 대신 윤석열을 택한 '대선 민심'에 YTN이 불복하게 만들 셈인가?"라고 연거푸 질문을 던진 YTN방송노조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돌발영상 조작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보도제작국 소속도 아닌 간부가 '테스트용' 영상인 줄 뻔히 알면서 아카이브팀에 연락해 해당 영상을 받으라고 지시한 의도와 배후를 밝히는 동시에 △테스트용 영상 무단 사용으로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을 당한 시민 패널에게 공개 사과하고 △이번 사태에 연루된 모든 간부는 즉시 보직 사퇴할 것"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