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액체보다 순간추력 높고… 엔진 가동 준비시간은 짧아 '위협적'北 매체 "140tf 추진력" 발표… 신승기 국방硏 연구원 "140tf는 ICBM급 맞다"김정은 생일, 또는 인민군 창군일 도발 가능성… 한국형 킬체인 무력화 노려
  • ▲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인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시험을 지도했으며 시험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인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시험을 지도했으며 시험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기존의 액체연료보다 운용성이 좋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국방과학원 중요 연구소에서 15일 오전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톤포스) 추진력과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이번 시험은 '추진력 벡토르 조종기술'을 도입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며 "시험 결과 발동기의 추진력과 비력적(로켓 추진체의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 연소특성, 작업시간, 추진력 벡토르 조정특성을 비롯한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값과 일치되고 그 믿음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엄격히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이날 '중대 시험'을 통해 신형 전략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확고한 과학기술적 담보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과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의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과업 실현을 위한 또 하나의 중대문제를 해결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하며 그들을 따뜻이 고무 격려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미니트맨-III'의 1.5배 추력… "탑재량 늘려 더 멀리 날아가"

    이날 북한 매체의 주장을 풀이하면, 북한이 새로 개발하는 미사일에 활용할 140tf의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40tf와 고체연료다.

    tf는 무게를 밀어올리는 힘을 나타내는 단위로, 140tf는 140t의 무게를 미는 추력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III'의 1단 추력이 95tf정도인데, 북한은 1.5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로켓엔진을 실험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미니트맨-III'보다 탑재량을 늘리면서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140tf는 ICBM급이 맞다. 미국의 '미니트맨-III'보다는 추력이 높고, 미국이 마지막에 개발했지만 폐기된 '피스키퍼'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북한이 140tf라고 했지만, 아마 목표성능일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100% 구현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괴물 ICBM이라고 불리는 '화성-17형'을 비롯해 북한이 보유한 상당수의 미사일은 대부분 액체연료 엔진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옛소련의 미사일들을 들여왔기 때문으로, 러시아 역시 액체연료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고체연료를 쓰고 있다.

    고체연료는 액체보다 순간추력이 좋다. 또 따로 연료를 주입하지 않아도 돼 엔진 가동 준비시간이 짧다. 엑체연료는 반대로 비추력면에서 고체연료보다 좋은 장점이 있다. 차량으로 빗대면 액체는 연비, 고체는 가속력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액체연료는 주입량에 따라 추력을 제어할 수 있지만 고체연료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액체연료는 인공위성 발사체 엔진에, 고체연료는 미사일에 사용된다. 군용 미사일은 가볍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으며, 속도를 제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발사체는 반대로 원하는 궤도에 인공위성을 진입시켜야 해 점화와 소화를 반복하면서 추력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 ▲ 북한이 16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
    ▲ 북한이 16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
    미사일 발사 과정 간소화되면 우리 '킬체인' 무용 가능성도

    이날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향후 북한의 미사일이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이 간소화되면서 자칫 한국형 3축체계 중 상대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선제타격해 파괴하는 '킬체인'이 무력화할 수도 있다.

    신 위원은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운용이 편리하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은 연료를 준비하고 산화제를 주입해야 해 시간도 걸리고 위험성도 있다"며 "고체연료 엔진은 그레인(Grain)이 장입된 상태에서 바로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즉시성이나 운용 등 부분에서 액체에 비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은 "아마 1~2회 더 실험해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음 단계인 전체 설계에 대한 조립이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 열병식을 한다면 아마 그때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열병식은 내년 김정은 생일 또는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6일 "북한이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 또는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민간 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에 찍힌 사진을 토대로 평양 미림비행장 훈련장에서 수천 명의 병력이 열병식 연습을 최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달 9∼13일 아침마다 훈련장에서 병력이 대형에 맞춰 행진하는 연습을 했고, 14일에는 훈련장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NK뉴스는 내년 1월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 또는 2월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앞둔 연습일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북한은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올해 4월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투발 수단을 과시했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과 관련해 "관련 시설과 활동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열병식 개최 시기 등과 관련해서는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정치 일정을 고려·연계할 것"이라며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엔진시험장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m 지점에 새로운 건축물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간 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에 찍힌 지난 14일 위성사진에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엔진시험장 인근에 도로가 신설되고, 건축 공사가 시작된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위성사진 분석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포착된 새 건축물이 관측시설 혹은 새로운 엔진 시험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