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토론회 순연·안철수 합동분향소 방문…당권주자들 '애도' 집중유승민 "국가, 국민 보호 위해 노력해야"…이상민 파면 이어 정부 책임론내부서 "유승민 주장, 국민에 도움 되냐…어려운 시기에 정치적 입지 생각"
  • ▲ 유승민 전 의원.ⓒ이종현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종현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1일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헌법 34조 6항 내용인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를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가 애도기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 다른 당권주자들은 '애도' 메시지에 주력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 전 의원 행보를 두고 "국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승민, 정치 메시지 자제 주문에도 尹정부 책임론에 몰두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 34조 6항의 내용을 게시하며 해시태그로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고 달았다.

    전날 "국가는 왜 존재하나.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정부의 사고 책임론을 부각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가 애도기간 정치적 발언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입법 등 당 차원의 대책 마련도 애도기간이 종료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등 이번 주를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김석기 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시·도위원장,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각별한 언행 주의 △불필요한 공개활동이나 사적 모임 자제 △음주행위, SNS 글 자제 △정치 구호성 현수막 철거 등을 당부했다.

    김기현, 안철수 등 당권주자들은 애도에 초점

    이런 상황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파면까지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 책임론에 불을 지피는 유승민 전 의원 행보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다른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당 방침에 동참해 이날 오후에 예정된 '새미래포럼 창립기념 토론회'를 순연했다. 안철수 의원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애도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파면 얘기를 내놓는 것은 절절하지 않다. 이상민 장관이 밤잠 못 자면서 일하고 있지 않으냐"며 "그런 문제를 지금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모든 당력과 국력을 집중해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아직 충분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인데, 파면부터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적인 애도의 시간인 만큼 비난과 정쟁을 멈추고 안전 불감증의 근원적 치료를 위해 합심해야 할 때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한번 정쟁의 중단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 행보에 대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위 여론을 환기하려는 것 같은데 그게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5일까지는 추모하는 데 전념하고 이후 사실관계가 규명되는 대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 누가 잘못했다든지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너무 정치적인 메시지 내려는 게 아닌가"

    당 일각에서는 이상민 장관 파면 주장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TK 지역(대구·경북)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 안전을 정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도의적인 것은 몰라도 핼러윈이 정부나 지자체 주도 행사도 아닌데 파면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잘못한 부분에 대해 합리적으로 비판 또는 충고하면 괜찮겠는데, 유 전 의원이 너무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어려운 시기에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는 발언을 하니 기회주의자 얘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최근 TK 지역에서 상승세를 탔다는 유 전 의원 주장도 과장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구 지역에서 유 전 의원을 아직까지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여론이 있다. 여론조사는 역선택 등이 반영된 것 같다"며 "현재 실제 분위기와 상의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