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버그 주한 美대사, 여야 지도부 접견… 이태원 사고 애도 메시지"비극적인 시기에 미국은 한국과 함께"…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 강조이재명 "전술핵 재배치, 가치 없는 얘기… 핵실험 막는데 중국 협조 요청"
  •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국회를 찾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국회를 찾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여야 지도부가 1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했다. 지난 7월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한 뒤 인사차 예방하는 차원이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미 연합전력을 바탕으로 북한 도발을 억제하자면서도 골드버그 대사에게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대신 북한 핵실험을 막는 방안으로 중국의 협조를 언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태원 사고로 사망한 미국인을 애도하면서 이번 어려움을 바탕으로 북한 도발 속 한미동맹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골드버그 대사도 이에 "미국은 한국과 함께 간다"고 화답했다. 

    골드버그 美 대사, 취임 후 첫 여야 지도부 접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골드버그 대사를 만났다. 양측은 모두발언 전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골드버그 대사가 한국에 부임한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을 공식 방문해 줬다"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께서 이번 이태원 사고 직후 위로성명을 내줘 우리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됐다. 이번 사고로 미국 청년 2명이 희생됐는데, 골드버그 대사께서 크게 상심해 있을 미국의 가족들에게 저의 심심한 위로를 전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에서 미국인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튿날인 30일 트위터에 "지난밤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인명사고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31일에는 서울 합동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태원 사고 이후 굳건한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 14번 등 무력도발을 계속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께서 성명에서 말했듯 우리 두 나라 동맹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며 양국 국민 간 유대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생각한다"며 "두 나라의 연대와 동맹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견고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얘기하고 언제든지 미국 영토와 한국의 공항과 항구를 타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전한 정 위원장은 "북한 핵 문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저는 우리 국민이 한미 군사동맹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골드버그 대사가 최강의 한미동맹을 구축한 대사로 역사에 기록되기 바란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춰나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이 갑시다" 어려움 속 굳건한 동맹 재확인

    골드버그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께서 말한 것처럼 비극적인 시기에 미국은 한국과 함께한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며 "지금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앞을 내다보자면 앞으로도 정진석 비대위원장 리더십 하에 국회와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어 "양국 동맹은 다양한 차원의 협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안보도 한 분야다. 한국 국민 보호를 위한 (핵) 확장억제도 포함돼 있다"며 "힘든 시간에 양국 국민 간 깊고 돈독한 관계가 위안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 비대위원장이 '파이트 투나잇'을 말했는데, 저는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Fight Tonight'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구호이고, 'We Go Together'는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쓰는 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우리 측의 우려 해소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골드버그 대사와 만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미국의 IRA에 대해 우리 기업과 산업계가 갖고 있는 우려를 해소하는 데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미동맹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발전을 위해 한국 측의 우려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IRA와 관련된 한국기업의 많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동맹국인 한국과 협력을 통해 양국 동맹에 걸맞은 방식으로 이 현안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최근 여권 일각에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론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한미동맹의 강력한 확장억제력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는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긴장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美 대사에 "핵실험 막는 데 중국 협조 요청 어떠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접견을 마친 뒤 비공개 접견에서 "(이 대표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핵실험을 막는 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핵실험 가능성을 막는 데 중국의 협조 요청 등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한반도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전술핵 재배치, 핵 개발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 입장에서도 동의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더이상 논쟁 가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