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혐의 소명, 증거인멸 우려"… 뇌물공여 혐의 쌍방울 부회장도 구속 검찰, 이재명-쌍방울 관계 조사하며 '변호사비 대납의혹'도 들여다볼 듯
  •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되면서, 이 대표와 쌍방울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지법 김영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새벽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 씨도 이날 함께 구속됐다.

    방 씨는 지난해 말 쌍방울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이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지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거나, PC를 교체하게 하는 등 증거인멸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해외 도피 중인 쌍방울 전·현직 회장들의 출국 및 해외 체류 등을 도운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이 대표와 쌍방울 그룹과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 전 부지사를 상대로 이 대표와 쌍방울과의 관계를 조사하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역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동안 대규모 변호인단의 변호를 받았고, 그 변호사비의 대부분을 쌍방울 그룹이 대납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골자다.

    이상수 전 의원 보좌관 출신

    이화영 전 부지사는 1963년생으로 강원 동해시에서 태어났다. 1981년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민주당 이상수 의원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창당기획팀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아 실무를 담당했으며,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상수 의원이 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되며 불출마를 선언하자 그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랑구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부지사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인 2006~2008년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으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정몽구 회장 선처 명목으로 1억원을 받고, 자신이 총재로 있던 한국방정환재단에 3000만원을 기부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9, 2010년 동향인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4년 두 사건 모두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객관적 물증이 없다는 취지로 이 전 부지사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 선대본부장

    재판이 끝난 뒤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지사직 인수위원회 기획운영분과위원장을 시작으로 같은해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맡으며 이 대표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두 차례 투옥된 이 전 부지사는 국회 입성 후 '386 운동권' 출신 대표 정치인으로 꼽혔다. 대북 경제교류와 통일 문제에 관심을 보여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발탁되기 전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설립하고, 민주당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20년 1월까지 평화부지사를 지낸 뒤, 같은해 9월 킨텍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부지사 재임기간에도, 심지어 2020년 9월 킨텍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에도 식사비와 생활비 용도로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 언론의 보도로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카드 사용을 중지했다.  그가 해당기간 사용한 쌍방울 법인카드 금액은 약 4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공무원 신분(경기도 부지사) 및 공기업 임원 신분(킨텍스 대표이사)으로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돈을 댔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를 통해 경기도 대북행사를 우회 지원할 때 이 전 부지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당시 경기도가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아태협과 함께 각각 경기도와 필리핀에서 북한 고위 관료들이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했는데, 쌍방울이 행사 비용 상당 부분을 아태협을 후원하는 형태로 댔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