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안전 문제로 언론 보도도 제한하는데… 비공개 일정 노출시켜대통령실 "경위 파악 중" 사과… 홍준표 "영부인 팬클럽? 해산하라"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7일 오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전한/해외문화홍보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7일 오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정상윤 기자(사진=전한/해외문화홍보원)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을 통해 기밀 사항인 대통령 외부 일정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통령실이 소폭 인사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내부 감찰에 돌입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정작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건희 팬클럽 통해 尹 대통령 일정 유출 논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경호상 극비 사항인 윤 대통령의 일정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실과 관련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 '건희사랑(희사모)'을 통해 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김 여사 팬클럽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 5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집무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공개돼 논란이 빚어진 후 두번째다.

    대통령의 일정은 통상 경호와 안전 문제로 예고 기사 등 언론 보도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윤 대통령의 일정은 출입기자단에게도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경호처를 통해 이같은 일이 왜 벌어졌는지 파악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김건희 주변 인물도 점검 대상?… "감찰은 일상적인 것"

    나아가 이 관계자는 김 여사의 주변 참모들도 내부 점검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감찰이라는 것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서 특별할 수가 없다"며 "극화(dramatize)가 될 정도로 특별한 게 없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복무 규정과 마음가짐은 당연하게 요구되는 원칙"이라며 "(내부 감찰은) 어떤 의도성을 가진 특별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홍보수석 교체와 정책기획수석 신설 등 인적 쇄신을 결행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내부 감찰에 착수, 기강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김 여사의 주변 참모들도 점검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특정 사안과 특정 인물에 대한 감찰 또는 인사 조치 진행 여부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일일이 확인해드리기 시작하면 공정성과 진정성 스스로 자신할 수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등 조치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의 본질적 문제는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100일 만에 20%대까지 떨어진 데에는 김 여사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26년 정치 인생에서 영부인 팬카페 본 적도 없어"

    특히 24일 윤 대통령의 일정 유출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행사는 공식적인 발표 직전까지는 철저하게 비밀이 돼야 한다. 경호 때문이다. 대통령의 동선도 마찬가지"라며 "정치 한지 26년이 되고 많은 대통령을 영부인 팬카페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 이상한 사람이 영부인 팬카페 회장이라고 하면서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들도 한다"라며 "그만들 하시라. 그런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만 하시고 이젠 해산하시라"며 "나라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준석 전 대표가 스스로를 막시무스라고 자칭하는 것보다 더 웃기는 코메디"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무속인' 논란의 중심에 있던 건진법사와 김 여사 간의 관계, 대통령 관저 내부 공사 담당 업체가 김 여사가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였다는 의혹 등 야당의 난타전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우리 여사가 무슨 잘못" 비호

    다만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건진법사와 김 여사에 관한 의혹에 대해 "한번 체크해봤는데 1년간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관저 공사 논란에도 "(국가계약법) 절차 규정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내조'에만 신경쓰겠다던 김 여사의 과거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김 실장은 "우리 여사가 뭘 잘못했는지 먼저 말씀을 해달라"며 "의혹만 갖고 신문에 난 것만으로 공식석상에서 여사를 그렇게 (비난)하시면 안 된다"고 '철통' 비호에 나섰다.

    이와 함께 김 여사는 지난 6월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을 당시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동행해 '비선'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석 차 스페인 순방길에 올랐을 때는 대통령실 소속 직원이 아님에도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를 동행하게 해 이 역시 사적 인사 등 비선 논란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