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각계 위헌 지적에도 3일 마지막 국무회의 열고 '검수완박법' 공포文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 우려" 자평공직자 수사 공소 기각 가능성… 4개월 뒤면 검찰 인지수사 사실상 어려워형사사법 체계 73년 만에 붕괴… 검찰 수사권 사실상 완전 폐지
  •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국민의힘이 청와대를 찾아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강행했다.

    형사소송법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검수완박 법안이 민주당의 당론 채택 이후 18일 만에 입법절차를 완료한 것이다. 

    文 "여야 합의 파기돼 입법 과정 진통은 아쉬움"

    문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입법 절차에 있어서 국회의장 중재에 의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심의가 이어졌고, 회의 개시 1시간30여분 후 법안은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거쳐 공포됐다. 

    이로써 형사소송법 체계는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3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8년 만에 바뀌게 됐다. 두 개정안의 시행 유예기간은 4개월이다. 

    국민의힘, 청와대 찾아 항의했지만 文 공포 강행

    국무회의 2시간여 전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애초에 문 대통령에 대해 기대치가 없다"며 "문 대통령은 민주당이 무리한 입법 과정을 거치고, 국회의장이 의원들을 짓밟아가면서 입법을 강행할 때까지 단 한마디도 제지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국민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잊혀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표결이 진행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응수했다. 필리버스터 진행 당일 시각이 자정을 넘기면 임시회를 종료하고 새롭게 임시회를 소집하는 방식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3일 오전 같은 방식으로 통과됐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기존에 검찰이 가졌던 6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부패·경제)수사권에서 부패·경제 관련 범죄 수사권만 남기는 안이다. 민주당은 남겨진 부패·경제범죄 수사권 역시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이 출범하면 폐지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청법 개정안에 폐지 시점이 명시되지는 않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의 경우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별건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되면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는 전직 대통령·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3일 통화에서 "검찰이 인지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이 송치하는 사건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4개월 후 법안이 시행되면 사실상 검찰이 수사하기는 어렵다"며 "부패와 경제를 남겨놨다고 하지만 법원에서 같은 사안을 부패와 경제로 보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