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변호사, 학회 인사들 잇따라 맹비난…서로 입장 공유하며 '연대' 움직임도
  • ▲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검수완박' 법안 발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검수완박' 법안 발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뉴데일리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수완박' 법안의 실체가 공개되자 법조계가 한층 더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직 검사장, 변호사 등을 비롯한 법조계 인사들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을 '누더기', '경찰파쇼'라고 평하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출신과 소속을 떠나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SNS 등을 통해 재확산에 나서는 등 협력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전날 대검찰청과 김오수 검찰총장,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까지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검수완박 저지' 행렬이 법조계 전체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조악하게 나열해 놓은 누더기 법안"…"범죄자만 살맛 나"

    김예원 장애인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갈수록 가관입니다'라는 제목의 자신의 페이스북글을 통해 "오늘 민주당이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보면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며 "법안 초안을 누가 쓴 건지 밝히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과는 상관도 없이 경찰 숙원사업만 조악하게 나열해 놓은 누더기 법안"이라고 혹평했다.

    김 변호사는 "대안은 복잡하지 않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수사통제권)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국회 수사권조정 법안에서 합의된 초안은 '수사는 경찰이, 수사지휘와 기소는 검찰이'었다"며 "그런데 막판에 검사의 수사지휘를 갑자기 날리면서 검찰에게 6대범죄 수사권 남겨주고, 경찰에게 선물처럼 수사종결권을 주는 바람에 실무가 1년만에 이렇게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의힘도 원망스럽다. 이 법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힘없는 서민 피해자들의 삶을 초토화시키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문재명(문재인+이재명) 방탄법?'같은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자꾸 감정싸움만 부추기면 어떻게 하나"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26일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의 페이스북 글도 공유했다. 정 회장은 이 글에서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 각론적인 문제점들을 거론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제1항 1-2에서 검사는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및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했는데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만 검사가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제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에게 있는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며 "아마 '경찰공무원 직무범죄의 인정 여부'에 검사와 경찰 간 공방만 오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사는 수사에 관한 어떤 권한이 없으므로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이 상대방측 변호사와 사실관계 공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패 및 경제범죄 등의 경우 상대방은 최고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데,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죄자 및 로펌만 좋은 일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가 공판정에서 위증한 증인 등을  수사할 수 없고,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다면 공판에 관여하지도 않은 경찰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제 공판조서를 사법경찰이 검토해서 위증죄 등을 수사하자는 것인가"라고도 물었다.

    그러면서 "국가 형사사법체계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범죄자만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 ▲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뉴데일리
    ▲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뉴데일리
    "경찰파쇼 시대 간다"…"월성원전 사건 증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의 양홍석 변호사도 16일 "민주당은 '경찰 파쇼'의 시대로 가자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양 변호사는 개정안에 대해 "위법한 체포·구속된 것이라는 의심이 있어서 석방하도록 해도,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석방 안 해도 된다고 개정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법한 체포·구속된 경우는 피의자가 피해자이고, 경찰이 가해자"라며 "개정법은 가해자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석방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고, 사건도 그대로 그 위법한 체포·구속한 경찰이 계속 처리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사법연수원 25기) 역시 페이스북에 김 변호사와 정 회장 등의 글을 공유하며 자신의 입장을 더했다.

    김 지검장은 "덧붙일 말이 없지만, (검수완박이 되면) 일이 없어져 검사복지가 향상되는데 왜 검사들이 반대하는지 그 점을 한번 생각해봐주시기 바란다"며 "수사하고 싶은 검사들은 경찰로 가면 된다는데 경찰은 좋아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수사관, 실무관, 행정관(운전 방호 등 격무 담당), 공무직 이분들은 어디로 가야하나"며 "그들이 다니던 직장이 폐쇄되거나 경찰로 옮겨가야 하는데 이 분들 의사는 물어보셨나. 이 분들의 노동권, 직업선택의 자유는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대전지검 노정환 검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 법이 통과하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도 더이상 수사를 못하게 된다"며 "월성원전 사건 자체가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특허범죄 중점검찰청인 대전지검의 경우 수사권이 박탈되면 중요 기술 유출·침해 범죄 대응이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법안 발의…한동훈 "야반도주" 직격

    한편 민주당은 지난 15일 172명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검찰에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고,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도 검찰이 아닌 경찰이 보완수사하게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의 시행 유예기간은 3개월이다. 

    대검찰청은 이 직후 "이는 검사를 영장 청구권자이자 수사 주체로 규정한 헌법 12조 3항과 16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명백하게 헌법 위반"이라고 개탄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법안 발의 전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또한 국회를 찾아 "자신을 먼저 탄핵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