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재단, 朴대통령 탄핵 후 文정부 들어서면서 관심 밖으로… 5년째 개점휴업 상태이인영 “재단 이사 선임, 정부 일 아니라 국회 일”…野 “與, 재단 이사 선임 계속 거부해”
  • ▲ 북한인권재단은 문재인 정부 5년 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사진은 2018년 6월 폐쇄될 뻔할 당시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인권재단은 문재인 정부 5년 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사진은 2018년 6월 폐쇄될 뻔할 당시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리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핵심 기관이 될 북한인권재단 정상화는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교체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린 결론이다.

    북한인권재단 사실상 개점휴업… 이인영 장관 들어선 뒤엔 존재감 ‘0’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9월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정부기구다.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 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한 연구와 정책 개발 등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남북 인권대화 추진, 북한인권 실태 조사·연구, 정책대안 개발 및 대정부 건의, 북한 내 인도적 지원 수요에 관한 조사·연구,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정책대안 개발 및 대정부 건의, 이상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이 주요 업무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탈북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북한에 둔 가족들을 걱정하던 탈북자들은 북한인권 실태 조사·연구나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정부에서 해줄 것을 고대했다. 재단이 역할을 제대로 하면 북한의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무관심했다. 재단 운영에 필수인 이사진 선임이 대표적 문제였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통일부장관이 추천한 2명, 여야가 각각 추천한 5명 등 12명으로 구성한다. 이사진이 구성돼야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뽑을 수 있다.

    통일부는 2020년 상반기까지는 재단 이사 선임 추천 공문을 국회에 팩스로라도 보냈다. 그러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인영 의원이 통일부장관이 된 이후로는 국회에 팩스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인영 “재단 이사 선임은 통일부 일 아니라 국회의 일”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 추천 공문을 왜 국회에 보내지 않느냐”고 이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은 “그것은 정부의 일이 아니라 국회의 일”이라고 답했다. “국회에 추천 공문을 보내도 여야가 이사  선임 합의를 안 하는데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였다.

    야권 관계자들은 “국회가 먼저 결론을 내고, 행정부처가 그 뒤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를 하는 사례는 세월호특별법처럼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없다”면서 “마치 경찰이 ‘법원에서 먼저 구속영장을 내 줘야 피의자를 수사하겠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 ▲ 지난해 2월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몫 재단 이사 추천서를 제출하는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 김석기 의원과 같은 당 최형두 의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2월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몫 재단 이사 추천서를 제출하는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 김석기 의원과 같은 당 최형두 의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장관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이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국민의힘은 그 전부터 통일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재단 이사를 선임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에는 “여당이 하지 않아 우리 몫의 재단 이사라도 추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같은 달 국민의힘 몫 재단 이사 5명의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국회에서 이사를 모두 추천해 주면 일을 진행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단 이사 추천서를 내놓지 않았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사 선임 추천 공문을 보낼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는 등 통일부와 여당에 협조를 촉구했지만, 통일부는 이 장관의 발언을 따라하듯 “국회에서 먼저 이사를 선임하면 추천 공문을 보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밝혔다.

    통일부에 질의하자 “정관·사업계획 준비, 예산 확보 등 실무적 작업 진행 중”

    7일 오전 통일부에 재단 이사 선임 추천 요청 공문을 국회에 보내지 않은 것을 재단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봐도 되는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단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통일부는 답변서를 통해 “정부는 국회 협조 하에 조속히 북한인권재단을 설립·운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여야가 북한인권법에 따라 이사를 추천하면 (통일부는) 재단 출범 절차를 신속히 이행, 재단이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기능을 원활히 수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통일부는 “재단 출범에 대비한 실무준비 절차로 정관제정, 2022년 기관운영 출연금 4억7500만원 확보, 사업계획 마련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재단 이사 추천을 국회에 요청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고 답했다. “정부의 재단 이사 추천 요청은 북한인권법상 의무사항은 아닌 반면 국회의 재단 이사 추천은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정부 추천 요청과 상관없이 국회는 재단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단 이사 선임은 통일부보다 국회 일이라는 이 장관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이인영 장관 교체해야 재단 정상화 가능” 결론 내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에서 북한인권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북한인권재단에 대해서도 거론했다고 들었다”면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인권재단 문제에 관여했던 야당 의원들은 ‘이인영 장관을 교체한 뒤에나 재단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조각(組閣)한 뒤에나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 운영을 위한 이사 선임 요청 공문을 국회에 다시 보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북한인권재단의 연간 예산은 3억원대다. 2018년 6월 폐쇄될 뻔했던 재단 사무실은 아직 서울 마포구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재단 직원 1명이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 예산이면 직원 혼자서 사무실 관리만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통일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재단 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