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개방 전날 법흥사 터 찾은 文대통령 내외, 대웅전 초석 깔고 앉아문화재청장, 보고도 말리지 않아… "지금은 유물적 가치 없다" 논란 키워정청래 발언, 천진암 논란에 불교계 불만… "靑 문화 인식 참담” 이례적 비판
  • ▲ 지난 5일 북악산 남측 산책로에서 법흥사 대웅전 연화문 초석에 앉아 설명을 듣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청와대 제공.
    ▲ 지난 5일 북악산 남측 산책로에서 법흥사 대웅전 연화문 초석에 앉아 설명을 듣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지난 6일부터 북악산 남측 산행로를 개방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전날인 5일 산행로 일대를 먼저 둘러봤다. 그런데 이때 신라시대 사찰 유적인 대웅전 초석을 깔고 앉은 사진을 공개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10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 최근 경기도 광주시 천진암 주변 개발 등으로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감정이 누적돼 있던 불교계는 불만을 터뜨렸다.

    법보신문 “법흥사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文대통령 부부”

    불교계 매체 ‘법보신문’은 지난 6일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문대통령 부부… 청와대 문화유산 인식 수준 참담’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지난 5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튿날 개방할 북악산 남측 산행로를 미리 둘러보는 과정에서 법흥사 터에 있는 대웅전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아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문 대통령 부부는 법흥사 터로 추정되는 곳에 다다르자 법흥사 대웅전 연화문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오랜 절터가 이곳에 남아 있었고, 해방 이후 다시 세워보려고 이렇게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다 폐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구전으로는 법흥사 창건 시기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전문 발굴조사를 진행하면 관련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불교계 “참담하다… 대통령 믿는 천주교 성물(聖物)이었어도 그랬을까”

    법보신문은 이 사진을 본 불교계의 반응을 전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승려 탄탄은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성보(聖寶)를 대하는 (대통령의)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려 탄탄은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聖物)이었어도 이렇게 대했을까”라며 “대통령이 전통문화를 이렇게 가벼이 대하는 게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느냐”고 한탄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승려 성공은 신문과 인터뷰에서 김 문화재청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승려 성공은 “문 대통령 부부가 (법흥사 대웅전 초석임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에 더해 “더구나 해당 사진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불교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 지난해 3월 신동헌 경기 광주시장이 천주교회 교구를 돌며 '천진암 성지순례길 조성사업'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을 당시 보도사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3월 신동헌 경기 광주시장이 천주교회 교구를 돌며 '천진암 성지순례길 조성사업'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을 당시 보도사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데 문화재청장의 발언이 추가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청장은 당시 문 대통령 부부가 깔고 앉은 초석을 두고 “최근의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유물적 가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불교계, 그동안 文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불만 쌓였다”

    불교계 매체가 현직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일은 드물다고 교계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문재인정부가 불교계의 감정을 상하게 만든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과, 경기도 광주시 소재 천진암 주변 개발 논란이 대표적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감사에서 해인사와 내장사를 언급하며 “수㎞ 떨어진 국립공원에 가는데 절이 왜 통행세를 받느냐”며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불교계는 사찰이 국립공원 입장료를 대신 징수하게 된 이유는 법에 따른 것임에도 문제의 원인을 사찰에 돌리며 ‘봉이 김선달’이라 모욕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천진암 주변 둘레길 개발과 관련한 논란이 있다. 천진암은 18세기부터 조선 말기까지 천주교도들의 전도를 돕고, 박해 때는 천주교도를 숨겨준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사찰은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그런데 광주시(시장 신동헌·더불어민주당)가 지난해 3월부터 이곳 주변에 ‘천주교 성지 순례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암자의 역사는 빼고 ‘천주교 성지’의 가치만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천진암을 종교 간 이해와 화합의 상징으로 생각해온 불교계는 이런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청와대 직원,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천주교인이라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천주교계만 배려하는 듯한 행동에 불교계 전반적으로 불만이 커진 상태”라고 전했다.

    김 문화재청장이 “별 가치가 없다”고 말한 법흥사 터 또한 불교계에서는 개방을 기대하던 유적이었다. 

    2020년 11월 불교방송(BBS)은 기획보도를 통해 “오는 2022년 개방이 예정된 북악산 개방 2단계 남측 구간에 신라 진평왕 당시 나옹 스님이 창건한 법흥사 터와 마애여래입상이 있어 불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965년 승려 청오가 한 차례 증축하며 재건하려 했지만, 1968년 1월 무장공비 침투사건(일명 김신조사건)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폐허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매년 4~5월에 열었던 청와대 개방 행사도, 김신조 사건 때문에 1968년부터 전면 중단됐다.